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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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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32회 작성일 20-06-19 10:05

본문

더불어 사는 삶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간밤에 흩뿌리던 비는 이미 그쳤고, 땅바닥은 하얗게 물기가 말라가고 있었다. 시계바늘은 8시를 가리켰지만 주위는 여전히 어슴푸레 하였다. 마치 안개 낀 날 새벽 같았다. 해는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련만 얕게 낀 구름이 햇빛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참, 이런 날씨가 산에 가기 좋은 날씨지? 나는 자주 가는 마을 뒷산에 갈 채비를 했다. 아내도 군말 없이 따라나섰다.

 

   산 입구에 들어서자 잘 꾸며진 습지가 나타났고 제일 먼저 개구리 소리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요즈음 습지는 볼 때마다 모습이 변해가고 있었다. 길가에 우뚝 서있는 키 큰 나무의 울창한 푸른 잎들과 길섶의 풀들은 물기를 잔뜩 머금어 마음껏 생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 때 앞서 걸어가던 남자가 나무 위를 향하여 “다람쥐다, 다람쥐.” 하고 외쳤다. “어디, 어디?” 옆에 가던 부인인 듯 보이는 여자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무 사이를 올려다보았다. 덩달아 나도 나무 위를 쳐다보았지만 다람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청솔모 한 마리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뛰고 있었다. 아내에게 귓속말로 “저건 다람쥐가 아니고 청솔모야.” 했다. 아내는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아내 생각을 존중하여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었다. 내가 어떻게 말을 하더라도 그 남자는 자기 부인 앞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예로부터 우리 산에 살던 것은 다람쥐이고, 청솔모란 놈은 일본에서 건너온 놈이라고 알고 있다. 다람쥐는 성격이 온순한데 반하여 청솔모는 그렇지 않아 다람쥐를 못살게 군다고 한다. 청솔모가 자기 영역을 넓히려 들기 때문에 다람쥐는 자꾸 자기 영역에서조차 쫓겨난다고 한다. 날아온 돌이 박혀 있던 돌을 빼내는 형국이다. 왜 청솔모는 더부살이 하는 주제에 더불어 살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세상이 너무 변했다고 한탄을 한다. 실제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자기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불편해 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을 사생활 침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또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집 주인이 초대를 할 때에도 집에는 차와 디저트만 준비해 놓고 식사는 외부 식당을 이용한다. 식당에서 주인과 손님이 함께 식사를 한 후 같이 집에 들어온다.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도맡아 해야 하는 주부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함이고 피차 신경 쓸 일이 없어 편하기도 하지만 너무 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예전에 피치 못하게 친지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오고간 말들을 소개하려 한다. 예고 없이 방문하게 된 시간은 식사 직전.

   “어서 오게.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사는 게 하도 바빠서 제대로 치우지도 못하고 산다.”

   “죄송합니다. 워낙 시간이 급해서 그만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아니 죄송하긴 뭐가 죄송하다는 말이고, 무슨 폐를 끼친다는 말이고?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나?”

   “그래도…”

   “밥은 먹었나?”

   “아직…”

   “그럼 같이 먹자.”

   “식사 신세까지 지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는 것밖에 없다. 염치는 무슨 얼어 죽을 염치.”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찾아가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 옛날에는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숨기지 않고 살았다. 다들 어려웠기 때문에 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요즈음은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누가 누군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 집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무슨 낯짝으로 옆집에 가서 도와달라고 할 것인가?

 

   얼마 전에 급하게 돈 십여만 원이 필요한 적이 있었다. 다음날 돈이 들어오게 되어 있었지만 당장 그 날 은행 마감 시간 전까지 입금해야 했다. 수중에 가진 돈이 없고 급한 데로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렇게 신용을 잃고 살아왔단 말인가?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겨우 돈을 구할 수 있었지만 무척 슬펐다. 나는 그렇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내 생각과 같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날 이후 나는 많은 반성을 했다. 나는 잘난 듯이 살아왔건만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로부터 나는 조금씩 더 고개 숙이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내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주었던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화장실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같지 않다고 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받았던 사실을 잊고 있단 말인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적절한 망각은 필요하다. 하지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입은 은혜를 망각하는 사람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짐승도 자기가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거늘 어찌 사람이…

 

   이 세상은 절대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가급적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야 좋겠지만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는 염치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요청을 받은 사람은 자기 능력 범위 안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반대의 경우에 자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는 도움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만 받고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사람 사는 사회는 혼자서 고고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가족과 친척과 친구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정이 흘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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