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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의사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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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20-06-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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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팔이 의사 / 김영채

 

 

 

   병원 입구에 들어섰다. 알레르기성비염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았다. 햇살 아래 보라색 라일락 꽃향기는 진하게 배어왔다. 왠지 병원 앞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흰 천막이 처진 옆으로 구호가 걸렸다. ‘생사람 죽이는 곳이 병원이냐!’ '병원장은 모든 책임을 져라!’ 두건과 검은 상복을 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꽹과리, 북을 치며 외쳐댄다. 그 광경을 무심코 주시하던 내게도 유인물을 전해준다. 아마, 젊은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 후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었다. 쉽게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치료받으러 찾았던 병원 문턱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하다니 마음이 무거웠다. 실로 이런 의료사고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곤 했다.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진료하는 행위는 쉽지 않다고 하겠다. 그것도 사람의 신체에 도사리고 있는 환부를 수술한다든가 시술하는 의료행위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명인 의사라도 과학적 의료장비에 의존해서 신체에 가하는 치료행위마다 모두 다 완벽할 수 없다고 하겠다. 조금 부족한 치료 부분은 사람 스스로 원상태로 회복하려는 자연적인 치유력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의료사고는 의사나 환자의 능력 밖의 영역이었나?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어도 인간의 한계는 있기 마련인가? 의구심은 이어졌다.

 

   어느 무더웠던 여름 유년 시절이었다. 매미는 유난히 큰소리로 울어댔다. 더위를 먹었는지 땀띠는 좁쌀처럼 벌겋게 목옆으로 솟아올라 가려웠다. 또 배 왼쪽 아래 부위가 부어올랐다.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왼쪽 뱃속에 염증이 부어올라 열이 오르고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읍내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았다. 보건소장의 진찰소견은 페니실린 주사와 소염제 약으로 곧 염증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염증부위는 커지고 아무런 차도 없이 시근 땀과 고열로 열꽃은 가슴 부위로 돋았다. 아들 병 상태를 위태롭게 느낀 어머니는 다른 의원 의사에게 진찰을 부탁했다.


  의사는 배아래 환부를 만지더니 깜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내일 당장 수술로 뱃속 염증을 제거해야 하는데, 만일 그대로 방치하다가 염증이 터지게 되는 경우 어린애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물만 적게 먹어야 한다기에 어머니는 놀래서 수술을 허락하고 곧장 숭늉만 주었다.​ 다음 날 의사는 환부 부위만 마취로 수술할 때 통증은 온몸을 떨게 했다. 살갗을 절개할 때는 아픔을 못 느꼈으나 수술 중에는 심한 통증으로 발버둥 쳤다. 머리 위로 노란 불꽃이 뛰듯 아프게 쑤셔왔다. 온 몸이 땀에 젖은 후에야 수술이 잘 마친 줄 알았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다가 겨우 살아났다.

  ​그 후에도 매일 의사인 조 선생은 왕진을 왔다. 주사를 놓고 환부를 잘 치료해 주었다. 며칠이 지나 조 선생이 왕진을 와서 치료 중에 갑자기 보건소장도 왕진을 왔다. 내가 원래 자기 환자였는데, 다른 의사가 치료 중이라 놀랜 기색이었다. 두 의사 사이에 분위기는 어둡게 흘렀다. 그 때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하도 아이가 열이 차오르고, 뱃속 염증이 터지면 죽을지 모른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수술부터 했고만요.” 그 말을 듣자 보건소장은 아무 말 없이 상기된 표정으로 왕진가방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뒷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 보였다.


  보건소장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의사면허를 갖춘 의사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의술을 신통찮게 여겼다. 청진기로 진찰하거나 약을 처방하고 주사나 놓은 의료행위가 다반사였다. 어쩌다 급히 수술해야 할 맹장 환자나 살이 찌어지거나 뼈가 부러진 환자는 모두 큰 병원으로 쫒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의사로서 보건소장에 대한 신망을 주변 사람들에게 얻지 못했다. 간혹 사람들은 수술도 제대로 못 하는 의사가 어디 의산가? 돌팔이나 다를 바 없고만?”그런 그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조 선생은 의사로서 의학 공부를 정식으로 수학한 바는 없었다. 병원에서 심부름하다 잡일하고 의사 보조를 하면서 눈썰미로 익혀 체험으로 의술을 배웠다. 그 젊을 때에 6.25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군에 입대하여 의무병으로 복무했다. 전쟁 와중에 부상한 수많은 환자를 돌보았다. 살점이 떨어지고 다리가 절단되거나 복부가 터지는 부상병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보조로서 외과나 정형외과적 치료에 밤낮없이 온몸을 다 받쳐 매달렸다. 그 후 의무병 경험은 그를 의사로서 거듭나게 했다. 비록 무면허 의사였지만 외과적 수술을 잘해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사람들의 가슴앓이나 속 깊은 병, 내과적 질병을 간혹 오진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도 돌팔이라고 뒷말이 돌았다.

 

   오랜만에 조 선생님을 뵙게 된 때는, 선생님의 아들이 지병으로 사망한 병원 장례식장에서다. 내 생명의 은인이었다. 이제 쓸쓸히 늙어가는 노인에 불과했다. 그분을 지켜보면서, 현재 나도 부족하게 살아온 삶이 돌팔이나 다름없는 한낱 인생이었는가?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다 완벽할 수 없겠지만 주어진 일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한 인생역정을 되돌아보았다. 혹시나 돌팔이 같은 삶의 조각들이 나도 모르게 모자이크처럼 떠올라 아프게 다가왔다. 그 아픔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미진한 삶의 편린들이, 지난 인생을 다시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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