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리를 찾아서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착한 소리를 찾아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2회 작성일 20-10-14 10:52

본문

착한 소리를 찾아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즐겨 듣기도 했지만 노래하는 것도 좋아 했고, 악기 연주도 시도해 보았다. 내가 붙잡고 끙끙댄 악기는 오르간, 피아노, 하모니카 등이었다. 물론 모두 완전히 독학으로 익혔기 때문에 연주라고까지 할 수 없는 초보 수준이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기타는 내 손가락 짧음을 핑계로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악기 연주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실력이 늘어갈수록 점점 기교를 부리게 된다. 점점 괜찮은 소리로 변해 나가고 실수 없이 어려운 연주를 마쳤을 때의 희열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 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나는 행복에 겨워 연주를 하고 있지만 주위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들을만한 소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같은 곡조가 계속 반복되니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요즈음 아파트 단지마다 정해져 있는 공동생활 수칙 중에 ‘저녁 몇 시 이후에는 피아노 치기 없기’라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한다. 나의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연습이지만 아무 죄 없는 이웃들에게는 그 시간이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리라.

 

   이렇듯 아름다운 악기 소리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소음騷音으로 들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주위에는 불필요한 소리가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어떨 때에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조용하던 아파트 단지를 진동시키는 오토바이 소리. 아주 듣기 싫다. 또 사람들은 왜 그렇게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지, 그러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보통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들의 사생활을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주고받는다. 더 감추고 싶으면 귓속말로 소곤거리기도 한다. 그만큼 친밀감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전동차 안에서 큰 소리로 핸드폰 통화를 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사람은 자기의 사생활이 주위의 사람들에게 다 알려져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무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말을 한다.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은 더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한다. 이게 자꾸 전염이 되면 그 전동차는 완전히 장터 바닥이 된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전동차 소음 때문에 상대방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런가?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큰 소리로 말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 텐데 그런 말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이 쪽에서 나는 소음 때문인가? 그렇다면 상대방이 알아듣기 힘들다는 말을 할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다음에야 목소리가 커져야 할 텐데… 처음부터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것을 보아서는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와 반면에 같은 전동차에 타고 있으면서도 조용조용 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보청기라도 끼고 있다는 말인가? 나는 결국 사람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소리란 공기가 진동하는 것 즉 공기가 떨리는 현상을 말한다. 떨리는 공기가 내 귀의 고막을 진동시킴으로써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공기가 진동할 때에는 특정의 파동을 가지게 된다. 소리가 다르다는 것은 이 파동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성문聲紋 분석을 통해 각 사람의 목소리마다 고유의 파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두 다른 것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파동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들은 유명인 목소리 파동과 비슷한 파동으로 말하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목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문과 관계없이 성량聲量 즉 목소리의 크기는 자기가 조절할 수 있다. 수천 명 청중 앞에서 마이크도 없이 큰 소리로 연설하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항상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에는 아주 나지막이 소곤거린다. 그래야만 자기의 지극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목소리의 크기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할 수 있고, 또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내 생각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크게 해야 할 때가 있고, 작게 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말하는 장소에 따라서도 달라져야 한다. 남대문시장에서 큰 목소리로 물건을 팔던 사람이 모처럼 양복을 입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시장에서와 같이 큰 목소리로 말을 했다가는 당장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중히 퇴장 요구를 받기까지 한다.

 

   작은 목소리보다 큰 목소리로 말할 때에는 에너지가 더 많이 소비된다. 큰 목소리로 말하게 되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는 사람의 말소리가 아니라 소음 취급을 받게 된다. “덜덜덜덜∼” 아파트 건물을 무너뜨릴 듯이 큰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몸서리를 친다. 대부분 음식 배달용 오토바이 소리이고 다른 집뿐만 아니라 우리도 가끔 이용하기 때문에 앞장서서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파트 부녀회장에게 건의를 하고 싶다. 참기 힘든 소음을 내는 오토바이가 소속된 업소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진다면 적어도 배달용 오토바이의 소음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토끼와 계수나무가 사는 달에는 소리가 없다고 한다. 떡방아 찧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침묵의 세계이다. 복잡다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때론 침묵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도 좋으리라.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이 오래 계속 된다면 그야말로 적막한 공포의 세계가 아닐까? 소리는 꼭 필요한 것이다. 나의 불타는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기 위해서라도 소리는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리가 소리를 넘어 소음이 된다면 그 소리는 없느니만 못하다.

 

   고요한 가운데 적당한 소리가 어울려 나와야 한다. 우리 모두 자기가 내는 소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소음이 되지 않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댕∼ 댕∼ 댕∼” 깊은 산 속 조그만 암자 추녀 끝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청아한 풍경 소리. 참 착한 소리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는 우리 사회에 이처럼 착한 소리가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4건 2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3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01-18
163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01-18
163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 01-16
163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01-13
1630 김춘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1-12
162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1-09
162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1-08
16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1-07
162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1-07
162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1-06
162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1-05
162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1-03
162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1 01-02
162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 12-30
1620
가버린 세월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12-29
161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12-26
161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12-25
161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12-21
1616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2-20
161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 12-19
161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2-18
161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 12-18
1612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12-11
161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12-11
161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 12-08
160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12-07
1608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12-05
1607
졸혼의 계절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 12-02
1606
금뱃지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1 11-28
1605
가을 바람 댓글+ 5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2 11-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