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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삶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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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詩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회 작성일 20-12-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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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삶는 인생

 

코로나 확진자가 950명에 이르렀다는 보도다.

한동안 잡혀가는 듯 보이던 코로나가 다시 위세를 떨치면서 방역당국들이 국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는 잠시 멈춤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인 오늘 산책길은 여느 때에 결코 뒤지지 않은 산책객들로 붐볐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였지만-

사람들은 왜 한 자리에 붙박지 못 하고 저렇게 움직여야 하는 것일까.

공원 광장 옆에는 수령 150년의 향나무가 서있다.

씨앗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저 부동(不動)의 고목(古木)은 어떻게 견딜까?
갈라지고 터진 껍질과 비뚤비뚤 우그러진 가지들은 고달팠던 생애를 보여주는 것 같다.

속은 썩어 공원관리소에서 시멘트로 땜질을 해놓았다.

 

식물에게는 TR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trunk(지상부 줄기)와 root(지하부 뿌리)의 크기의 비율을 말하는데 위아래의 비율이 1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한다.

나무는 지상에 나오는 부분이 자라는 것과 함께 뿌리도 자란다뿌리가 같이 자라 받쳐주지 않으면 지상 부분의 성장은 멈춘다.

그러기 때문에 나무는 웬만한 태풍에는 쓰러지지 않는다.

온몸이 터지고 갈라지는 상처 자국에도나무가 뒤틀리고 가지가 찢어지는 아픔을 겪고도 천년을 사는 것이다.

내면을 다지기에 앞서 외연의 확장과 외식(外飾)을 중시하는 인간들에 비하면 나무는 얼마나 자신에 대하여 충실한가.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모든 이파리를 떨어뜨려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나무들은 빛과 이산화탄소와 물을 합성하는 광합성 작용으로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이 광합성 작용은 겨울이 되면 활동이 둔해진다.

햇빛이 얇아져 빛의 에너지가 약해지고 일조(日照)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아있는 잎 속의 양분은 줄기로 이동시키고 잎자루에 특수한 세포층을 형성하여 이파리들을 모두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파리들은 단풍이 되어 찬란한 가을을 장식한 뒤 지상에 떨어져 썩는다.

그리하여 모체로 돌아가 새봄 새 이파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나무들은 버릴 줄 아는 지혜로 천년을 살면서 우리들에게 만물은 순환하고 순환하면서 자라고 변한다는 자연의 위대한 법칙을 가르쳐 준다.

그러한 나무들의 삶은 베푸는 삶이다.

한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으면서()에 의하지 않고 살면서 모든 생물들에게 필요한 산소를 만들고 더운 여름 무성한 이파리들로 그늘을 만들어 새들과 작은 짐승들의 보금자리가 된다떨어진 낙엽들은 생명의 물을 간직하였다가 흘려 보내준다.

나무가 없는 땅은 사막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초록의 생명의 별인 것은 나무 덕분인 것이다.

 

다시 또 한 해가 저문다.

나는 이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가?

이미 겨울은 왔는데 이 순간에도 미련의 이파리들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헛된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산다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제 몇 년이나 남았다고 나는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가?

언젠가 국어사전을 넘기다가 우연히 눈길이 멈췄던 삶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때까지 나는 은 사람의 준 말쯤 되려니 생각하였고 삶다는 빨래를 삶는 것 정도로 알았다.

그러나 이날 발견한 삶다의 정의는 나에게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볼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은 사람의 준말이 아니다삶은 삶다의 명사형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번갯불처럼 뇌리를 스쳐갔던 것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지만 근사한 생각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 여기 소개해볼까 한다.

 

사전 풀이를 보면 삶은 사는 것또는 살아있음목숨 또는 생명으로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사전에 나온 삶다의 설명은 이렇다.

1.물에 넣고 끓이다.
2.달래거나 꾀어서 자기 말을 잘 듣게 만들다
3.논밭의 흙을 써레로 썰고 나래로 골라 노글노글하게 만들다

 

국어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삶다’가 '삶'에서 유래하여 저런 풀이가 나온 것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삶은 펄펄 끓는 뜨거운 가마솥에 빨래를 넣고 삶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삶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지지고 볶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삶은 또한 사람들을 달래고 꾀어 자기 말을 듣게 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저 하나를 제대로 어거(馭車)를 못하는 어리석은 것이 삶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삶은 분명 농부가 황무지에서 자갈을 골라내면서 써레로 썰고 나래로 골라노글노글하게 만드는 일과도 같다그러나 그 몽글고 고운 땅에 씨를 뿌리는 일은 차라리 쉬운 일아무리 땀을 흘리고 노력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풍성한 수확커녕 쭉정이와 가라지만을 가져다주는 참으로 불공평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이 삶다라는 낱말 풀이를 접한 뒤 삶을 삶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나무들은 늘 고요하다.

소리가 나는 것은 바람 때문이다바람이 저 혼자 지르다가 가는 소리다.

그러나 바람이 지나고 나면 나무는 다시 고요해진다.

갈라지고 터진속은 썩고 문드러진 저 고목-

그러나 아무런 불평도 자랑함도 없이 침묵으로 견디는 저 고목이 주위에 던지는 아우라-
그 고목이 지금 구도(求道)의 자세에 들어갔다.

이파리 한 개 걸치지 않은 나목(裸木)으로 서서 크고 작은 가지들을 하늘로 모으고 이 겨울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천상의 하나님과 한 해를 정산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영적 소통의 기도하는 자세로 들어갔다.

나는 새해만큼은 삶을 삶아대는 삶이 아니라 저 고목처럼 고요하면서도 초연하게자연의 순환에 스스로를 맡기는 자존의 삶을 살아보리라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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