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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숙, 그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01 나만의 슬픈 사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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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에세이스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회 작성일 20-12-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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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만의 슬픈 사냥법 


대기업 입사 직후 맞닥뜨린 'IMF 외환위기'
그리고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진 깊은 나락들
나는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노숙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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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낮의 땡볕도 모습을 감추고 이내 어둠이 밀려온다.​

이제 강바람을 쐬러 온 사람들에게 벤치와 잔디밭을 양보해야겠다.

곧 사냥을 위한 나만의 기다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이는 사람들,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옹기종기 둘러앉아

그들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노숙인 사이에도 상도(商道)는 있었다.

물론 상도라는 표현이 적절할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 발치 떨어진 곳에 한 노숙인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는 곧 그 자리를 먼저 선점한 것이고 그만의 사냥 역시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다.

아무리 신세가 그럴지라도 서로 지키는 선은 있었다.


나는 그들과의 일정 거리를 충분히 유지했다.

곁눈질까지 해가며 몇 시간 동안이나 그들을 계속 주시해야 했다.

나는 결코 그 먹잇감을 놓칠 수 없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먹다 남은 온갖 음식물을 주섬주섬 챙겨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일쑤였다.

이렇듯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노숙인의 자질 중 하나이다.

만약 그에 실패할 경우 한 번뿐인 그날의 끼니를 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늦은 밤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내게 일용한 양식을 주는 감사한 분들,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 그지없지만

남은 음식물을 주섬주섬 챙겨가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미웠다.

몇 시간의 기다림이 아무 소득 없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움도 잠깐의 감정일 뿐, 또 다른 사냥을 발 빠르게 떠나는 것이 지름길이다.


대부분 남은 음식물과 각종 음료를 한데 섞어 깔끔하게 쓰레기통에 버린다.

모범적인 시민이라면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다만, 그럴 때면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약간의 수고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결코 우울해할 일도 아니다. 부족하지만 화려한 사치가 내게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뒤졌다. 

오늘도 음식물과 음료가 한데 뒤섞여, 죽이 된 찌꺼기로 한 번뿐인 하루의 끼니를 해결했다.

신선한 음식물과 음료가 섞였을 뿐, 그 정도 생각이면 꽤 괜찮은 끼니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끔이지만, 먹다 남긴 음식물을 쓰레기 버리듯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있다.

내겐 진심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시민의식이 좋지 못한 분들이 오히려 내겐 고마운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면서도 약간의 필요악쯤으로 정리해도 좋을 듯하다. 


버려진 새우깡을 자신 있게 씹어 본다.

누가 뭐래도 새우깡은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남겨진 음료수와 함께 또 다른 새우깡을 재차 자신 있게 씹어 본다.


이상하다..

바삭한 식감은 온대 간데없고

몹시도 물컹한 식감..

그리고 비릿한 냄새.. 


그렇다, 비둘기 똥이 섞인 것이다.

이때가 바로 가장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순간이다.

그렇다고 하여 누군가를 원망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밥을 먹다 쌀벌레를 발견했을 때, 그때의 작은 치욕 정도로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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