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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숙, 그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02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던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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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에세이스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0-12-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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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던 어느 밤 


대기업 입사 직후 맞닥뜨린 'IMF 외환위기'
그리고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진 깊은 나락들
나는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노숙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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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일주일에 한 번 굴다리 밑을 지나 옥수수밭에 다녀오곤 했다.

그 옥수수밭은 남부럽지 않은 푹신한 침대 매트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까끌까끌한 볏짚 더미를 비닐하우스 바닥에 깔고 기초 공사를 다진 후,

그 더미 위에 옥수수 잎사귀를 수북이 쌓아 올리면 제법 근사한 매트가 완성된다. 

볏짚 더미는 푹신한 매트를, 옥수수 잎사귀는 매끄러운 깔개 이불을 아낌없이 제공해 주었다.

오늘도 그 매트 위에 형님과 나란히 누워 편한 잠을 청해 본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꽤 불편한 잠자리가 될 듯하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매끄러웠던 옥수수 잎사귀가,

한낮의 열기 때문인지 너무도 빨리 메마른 듯하다.

매끄러웠던 잎사귀는 이내 메말라 비틀어진, 푹 꺼진 침대 매트 그 자체였다.

맨 피부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까끌까끌함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그렇다, '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진' 나를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바람과 추위를 피해 편히 잘 수 있는, 조금이나마 따뜻한 장소를 그토록 찾아 헤맸고,

우린 반나절을 걸어서야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기뻐했었다.

그랬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인데 말이다. 

뛰다 보면 걷고 싶고, 걷다 보면 서고 싶고, 서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다 보면 눕고 싶고,

눕다 보면 자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그 무엇은, 손에 들어온 이상 갈구의 대상이 아닌 일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이 된 그 무엇을 당연시 여기며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또 다른 무언가를 갈구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하여, 오직 손에 쥔 것에만 만족하며 살 수는 없다.

곁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전제로 또 다른 무언가에 대한 갈구가 가장 바람직할 듯하다.


다시 한번 잠을 청해 본다.

잠시 후, 양팔과 목 주위가 몹시 따갑다.

까끌까끌한 마른 볏짚 때문은 아닐 듯하다.

그간 각종 벌레들과 모기떼로부터 처절한 공격을 수도 없이 당해왔다.

그로 인해 내 몸은 굳은살로 철갑을 두른 듯한데 오늘만큼은 몹시 아프고 힘겨운 잠자리가 될듯하다.    


그래도 ‵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진′나를 떠 올린다.

억지웃음도 지어 보며 깊은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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