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노숙, 그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03 노숙,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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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노숙,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맞이하다
대기업 입사 직후 맞닥뜨린 'IMF 외환위기'
그리고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진 깊은 나락들
나는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노숙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이 똥 가득한 입
가장 참기 힘든 꼬라지는 길게 삐쭉 뻗은 코털이었다.
이젠 노숙자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귀소본능이라 했던가, 결국엔 자신의 서식지로 되돌아가는 동물의 본능처럼,
나는 유년시절 짙은 향수(鄕愁)를 쫓아 한강변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치 나사라도 풀린 듯, 방향을 잃은 돛단배처럼 발걸음은 그저 너털거릴 뿐,
한 치 앞 시선의 초점마저 흐릿하기만 했다.
반나절쯤 지났을까, 걷는 내내 스쳐 지나는 수많은 기억들..
짧지만 지금껏 살아온 삶의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고 싶었나 보다.
노숙의 길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 감상 놀이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싶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치스러운 상념에 불과한 것임을,
그곳에 첫 발을 내딛고 나서야 알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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