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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루살이...02 '얻어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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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에세이스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0-12-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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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얻어걸림'


하루살이: 소소한 하루하루를 값지게 여김, 그리고 살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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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7(목)

○날씨: 맑음 ○기온: -7°~2° ○바람: 북서풍(체감온도 -1°)


우리 집은 남향이다.

해 뜰 무렵이면 일출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직후 발코니를 시작으로 밝은 기운이 거실로 이어진다. 

그러다 온기를 담뿍 담은 햇살이 해 질 녘까지 이어져

말 그대로 넘쳐흐를 정도다. 


잠시 볼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

1층에 다다르자 차디 찬 냉기가 느껴진다.

몇 발자국 내디디니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집을 나서기 전 봄으로 착각했나 보다.

얇은 외투와 맨발에 슬리퍼라니 남 보기 참 우스운 꼴이었다.

남향에 사는 이상 종종 겪는 일이겠지만, 날씨와 상반된 차림만큼은 분명했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함이 온몸을 휘감고, 입고 있던 외투는 후끈함을 더했다.

오늘도 '하루살이'가 줄 그 무언가에 기대를 걸어 본다. 


남향의 가장 큰 매력은 '식물 키우기'에 있다.   


발코니 옆 거실로 향했다.

종일 햇살을 머금고 있는 곳이라 식물 키우기엔 최적이다.

내내 양지바른 곳은 스투키와 같은 양지식물이 자리 잡고 있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 싱그러움을 더해보았다.

엇.. 새순이 보인다. 아직은 눕혀놓은 뾰족한 작은 압정 크기지만

햇살 담뿍 받은 모체의 유전자 그대로를 이어받은 듯하다.

뾰족 튀어나온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날 선 칼자루의 자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스투키는 선인장과라 몸에 수분을 가득 담고 있어 한두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된다.

하지만 이놈은 2~3주에 한 번꼴로 물을 줘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다.

남향에서 사는 것을 뽐내 듯, 흙이 머금은 수분을 쭉쭉 빨아 당기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겉흙은 금세 말라 사막의 모래알처럼 휘날리기 일쑤다.


반나절 햇살이 머무는 곳은 행운목 같은 반양지식물이

종일 간접 햇살만 비추는 곳은 고사리 같은 음지식물이 자리 잡고 있다.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한자리에 머물고 있으니 오늘도 생기 넘치는 하루임에 틀림없다.  


남향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빨래 널기'에 있다.


발코니로 향했다.

헹굼과 탈수를 끝낸 빨래가 수북하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뭉게구름이 온천지에 가득했다. 

전봇대를 뽑아 한두 번만 휘저으면, 순백의 솜사탕 그 자체가 될 듯하다.

섬유 유연제의 선물, 쟈스민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발코니에 이는 숲 속 바람과 종일 쏟아지는 햇살이 서로를 맞이한다.

축축했던 빨랫감은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지고 아기 엉덩이만큼 보드랍다.

강렬한 자외선은 살균효과도 높아 세균 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사 오기 전만 해도 몰랐다.

어디에 살든 모든 집이 하루 2~3시간만 햇살이 머무는 줄 알았다.

난 그저 도로가에 가까운 301동을 원했고 층간소음과 각종 부대낌이 적은 

꼭대기층으로 입주를 신청했을 뿐이었다.

입주 후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너무 무지했던 것이, 오히려 내게 뜻밖의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이다.


남향이 가진 단점도 있다.


이곳은 대구다. 

한여름 땡볕이 내리쬘 때면 '대프리카'라 불릴 정도로 덥다.

그럴 때면 종일 간접 햇살만 비추는 곳으로 식물을 대피시켜야 한다.

조금만 시기를 놓쳐도 잎이 노랗게 타들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향이 가진 단점 중 으뜸은 냉방비 폭탄에 있다.

내리쬐는 땡볕은 에어컨 바람을 무력화시키곤 한다.

또한 온갖 습한 기운은 모든 생명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럴 때면 빛도 통과 못할 두꺼운 겨울 커튼이 용병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이것은 남향이 가진 일시적 단점일 뿐이다.

힘겨운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햇살 담뿍 담긴 온기는

그 누구의 위로만큼이나 '긍정의 힘'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두 달 땡볕을 견디다 보면 

열 달 넘는 따뜻한 햇살이 훨씬 더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바싹 마른 옷가지와 뽀송뽀송해진 이불을 걷었다.

섬유유연제가 내뿜는 쟈스민향을 맡으며 거실로 들어선다.

종일 햇살을 머금고 생기가 듬뿍 쌓인 놈들이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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