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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숙, 그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05 명품옷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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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에세이스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0-12-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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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명품옷을 훔치다


대기업 입사 직후 맞닥뜨린 'IMF 외환위기'
그리고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진 깊은 나락들
나는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노숙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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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법을 어겨야겠다.

형님과 나는 강변을 거닐다 버려진 옷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면, 그저 운수 좋은 날로 여기며 조용히 주어 담으면 된다.

남자인 우리야 그렇다 쳐도, 그 아이는 어찌 됐건 한 여자의 몸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더욱 예민해할 나이임은 당연했다.

이에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우리가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 아이는 손거울을 꺼내 나름 멋을 부린다.

누가 여자 아니랄까 봐, 우리를 등지고 고개를 돌려 뭔지 모를 손동작으로 분주하다.

우리도 가끔 손거울을 잠시 빌려 현재의 내 모습을 확인하기도 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 이 똥 가득한 입, 가장 견디기 힘든 꼬라지는 삐쭉 나온 코털이다.

형님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현재의 내 모습을 짐작하곤 했다. 

다만, 새 식구가 된 그 아이에게는 참으로 미안할 따름이었다.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만을 남긴 채 굴다리를 지나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이제 와 후회스러운 건, 그 아이를 비닐하우스에 홀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얼마 전 이 길을 따라 너털거리듯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무방비 상태 그 자체로 이 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된 동물처럼 하루하루 더 나은 생존법을 연마해 가고 있었다. 


몇몇 꼬마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경계하는 듯 우리를 바라봤다.

우린 걸음을 재촉했고 장미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품 수거함에 도착했다.

큰 녹색 통이 보였다, 바로 형님의 보물 창고인 헌 옷 수거함이었다.

이곳으로 오던 중, 옷걸이 두 개를 폐고철함에서 챙겨 온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익숙한 솜씨로 옷걸이 두 개를 곧게 편 후, 서로 결합시켜 일자 모양으로 길게 만들었다.

옷걸이 끝 둥근 갈고리 모양은 원형 그대로 남겨뒀다. 비로소 완벽한 도구가 완성된 것이다.


헌 옷 수거함 입구에 그것을 넣고 손끝의 감각을 느끼며 형님은 헌 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아이에게 줄 깜짝 선물이기에 최대한 많은 옷을 꺼내려했다.

입을만한 옷 세벌을 챙겨 황급히 그 자리를 떠야 했다.

멀리서 비추던 플래시 불빛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누구였는지 궁금하진 않았다.

그저 힘들게 구한 선물을 빨리 건넬 마음뿐이었다.

설렘..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분명 누군가에겐 버릴만한 옷이었다.

다만 그 아이에게만큼은 명품 못지않은 값진 무엇임에 틀림없었다.

건넬 때의 기쁨과 설렘..

모두의 영혼에 큰 자양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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