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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모 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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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4회 작성일 21-01-02 09:01

본문

일주일 넘도록 항생제와 감기약을 먹었지만 봉달이의 감기는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콧물과 재채기가 뚝 끊기지 않는 것이다. 의사는 잠시 감기가 호전 되는 것처럼 보여도

처방해준 약을 다 먹여야 한다는데, 나는 어쩐지 어린 몸을 항생제로 길들이는 것 같아

께름찍하다. 사실 나는 봉달이를 내가 키우는 일이 과연 봉달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인지

고민이다. 넷플릭스에 빨강머리 앤 시리즈가 나오는데 유난히 내 마음에 많이 남고, 내

마음에 소금을 친듯 쓰라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깊은 산골짜기에 사는 인디언

소녀를 학교에 보내 준다고 속이고 데리고 가서 수녀와 신부가 아이의 이름을 바꾸고

백인들의 종교를 강요하는 장면들이다. 백인들의 명분은 야만적인 인디언들에게 문명을

가르치고, 진실한 종교를 전한다는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이름과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신앙과 문화로 차근차근 형성 되어 온 자아를 깡그리 말살 시키고 부정하게 만드는

폭력과 파괴의 과정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름 교화라고 믿는 백인들이 인디언들에게

전적으로 나쁜 목적만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빨강머리 앤처럼 자신이

고아원에 있다가 좋은 양부모를 만나 학교를 다니게 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믿었을 것이다.

먹는 문제만 해결 된다면 고양이들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일은 그다지 나쁘지 않거나, 우리의

상상과는 반대로 오히려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정기라 부르는 시기는 고양이들의

사춘기 같은 것이다. 사람들의 사춘기를 발정기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고, 고양이들의 발정기를

사춘기라 불러도 공평한 일일 것이다.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고, 이불이나 옷자락 따위를 입에 물고

자위를 하고, 유난히 외로움을 타고, 좋아하는 소녀에게 밤새 연애 편지를 쓰듯이 울어대고

오줌을 군데군데 뿌려서 자신이 존재한다고 선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고양이를 끝내

소유하기 위해서, 이 지극히 생명체 다운 징후들로 부터 고양이를 구원하기 위해 만약 자신들에게

행한다면 소송을 걸 일을, 마치 고양이의 행복을 위한 일인양 믿고 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양이의

생식 기능을 아예 없애 버리는 일인데 생식 기능이 없어진 고양이들은 폐경이 된 여자처럼 이성에 대한

설레임도 그리움도 사라지거나 희미해지고 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리 쓰라리고 아픈 사랑도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를 생생하게 존재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고양이들은 우리가 우리 멋대로 행복이라 규정지은 안락만 보장된 이상한 천국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존재가 개나 고양이들과는 아예 본질적으로 다른 일이라 믿는 사람들은 괜히 잘난체를 하며

그들이 우리의 문명권 안에 속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 마치 큰 은혜인양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봄, 가을, 해마다 임신만 하다 생을 끝내는 암고양이들의 삶을 동정하고, 발정을 참지 못해 배회하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영역을 잃고 쓰레기를 뒤져서 연명하는 숫것들의 삶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다고 단정을 짓는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추억이 되는 기억들을 돌아 보면 안정과 안락의 순간이 아닌 것에 놀랄때가 많다. 빨강머리 앤이 빨강머리가 지긋지긋해서 부랑자 같은 방물 장수에게 염색약을 사서 염색을 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머리카락이 파뿌리처럼 변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장면을 보면, 그것을 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웃음이 터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한 도전이였고, 자신을 타고 난 자가 아닌 만들어 가는 자로 던져 본, 일종의 저항 행위였다. 그것이 비록 참혹한 실패였다 할지라도 던져보고 싸워보는

과정 자체가 한 편의 성장기록 인 것이다. 추억이란 내가 살아 있었던 기억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배도 고프고 서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죽도록 좋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군들의 음식물 쓰레기 통에서 건져낸 부대찌개를, 쌀이 부족해서 풀이라도 더해 먹던 곤드레 밥을, 먹으려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불에 오줌을 싸고 키를 뒤집어 쓰고 도래 도래 한 마을에 살아가던 큰 어머니나 숙모댁에 소금을

얻으러 갔던 기억이 그렇게나 치가 떨리고 한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그때로서는 수치스럽고 죽고 싶은 장면이였지만, 멀리 떨어져서 돌아보면 정말 귀엾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인 것이다.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추억을 쌓을 기운이 없어진다. 따뜻하고 편안 자리를 찾게 되고, 모험과 여행과 변화를 피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추억이라고 분류하게 되는 생의 기억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순종과 모범적이고 규칙과 규율에 잘 맞춰져 있던 순간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답답하고 갑갑해서 내 몸을 비틀고 조금이라도 빠져 나가 보려고 주리를 틀었던 순간들이다. 학교에서 권하는 단체 관람이 아니라, 친구들과 사복을 입고 몰래 갔던 도둑 영화가 추억이 되었고, 지각을 해서 토끼뜀을 뛰던 순간과 도시락을 까먹다 걸려서 하필이면 제일 미운 친구랑 숟가락을 물고 벌을 섰던 순간, 그 시절 귀했던 소시지 반찬을 사이좋게 나눠 먹었던 기억 보다는 내가 한 입 더 먹으려고 하다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리며 싸웠던 순간이 추억에 속하게 된다. 그러니까 추억에 속하는 시간에는 안락보다는 스릴과 불안의 성분이 더 많은 것이다. 고양이들도 만찬가지 일 것이다. 고양들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저장할 장소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순간을 충족 시키는 일이 우리들 보다는 중요할 것이다.가끔 따뜻한 장판 위에 치즈처럼 늘어져서 잠든 녀석을 보며 중얼 거린다.

"사슴아! 꽃 피는 봄이 오면 새끼를 여러마리 낳고, 또 그 새끼가 자라 좀 쉴만하면 다시 가을이 와서 새끼를 낳고, 새끼 낳다 한 세상 다 가는데, 그냥 새끼 낳지말고, 나랑 편안하게 사는게 낫지 않겠니?" 그러나 고양이는 인간만큼 어리석지 않을 것이다. 오지 않은 내일에 속아서 이미 발밑에 와 있는 시간을 건너 뛰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시린 짐승들끼리 몸을 비비며 사랑을 하고 그 새끼를 낳아 또 몸을 비비고, 나를 나누고, 이 세상에 가능한한 많이 나를 덜어 놓고 가는 일이 사실은 행복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 외에 사람이 그럴 것이다 하고 추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행복들은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어처구니 없이 촌스럽고 비 이성적이며 바보 같은 것들이다. 아웃랜더에 나오는 신부처럼 독에 중독된 아이에게 물을 뿌리며 악령을 쫓는 우스꽝스러워하기에도 너무 답답한 잣대와 기준들에 갇힌 나를 안전하다고 믿고, 그 안전을 행복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지금 이순간도 고양이는 내 무릎에 잠들어 있지만, 나는 고민이다. 중성화 수술을 시켜 주어야 하는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무자비하고 무지한 짓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하는지, 밥만 해결해주고 스스로들 살아가게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 이 사랑스럽고 예민하고 솔직하고 미치도록 예쁜 존재를

내가 탐해서 녀석의 자유와 진정한 행복을 내가 송두리째 감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의 한계에 까지 지적으로 진화한 여성들이 외치지 않는가? 나는 아이 낳는 공장이 아니라고, 신은 나처럼 진작에 신석기 시대의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는 일은 바보짓이란다 하고 가르쳐 줄 수 있었지만,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역사를 끌어 오신 것이다. 우리 역시 아이 낳는 일을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고 위대한 일이라 믿으며 좋은 아이 아빠를 만나려고 나를 갈고 닦던 암고양이 같은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15세기 여성에게 아이를 빼앗고 책과 책상을 준다면 그녀는 자아를 성취하겠다면 감사하겠는가? 가끔 퀴리 부인에게는 아이들이 있었을까? 검색해 보고 싶어진다. 어느새 의무가 되어 버렸지만, 정말로 아이들의 성장과 존재 때문에 실제로 확고한 행복을 느끼는 여성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이제는 점점 나를 아빠라고

믿어가고 있는 것 같은 이 어린 여성을 17세기 여성으로 키워야 할지, 아이나 남편이나 아무 것으로부터도

지배 받지 않는 신여성으로 길러야 할지 진실로 진실로 깊은 고민이다. 사랑은 덮어 놓고 내 쪽으로 그를 끌어 당기는 일일까? 아니면 그가 그기 있는 것이 그의 행복인지, 나와 함께 하는 것이 그의 행복인지를 깊숙히 고민하는 일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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