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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 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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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21-01-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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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나와 함께 잠을 깬 봉달이의 한 쪽 눈이 이전처럼 잘 뜨여지지 않았다.

기운도 없어보이고, 재채기도 더 심해진 것 같아, 왠만하면 먹이지 않으려 했던 감기약과 항생제를 다시

먹였다. 여느 때처럼 어미가 새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때 뒷목을 물고 다니듯이 한 손으로 뒷목을

잡고 강제로 벌린 입에 주사기에 채운 약물을 쏘아 먹였는데, 한 이틀 먹지 않아서 그런지 유난히 저항이

심했다. 약물을 삼키지 않으려는 봉달이의 발악 때문에 약물의 삼분의 이는 입 밖으로 다 쏟아지고 말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서 다시 비슷한 양의 약물을 만들어서 강제 투여를 하고는 겁에 질려 있는

봉달이를 꼭 껴안고 쓰다듬었다. 그만큼 약을 먹이고, 그 만큼 싸매어 주고 했으면 이제 이렇다 할 차도가

있어야 할텐데, 행여 녀석이 걸린 병이 내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병은 아닌가하는, 두려움과 조바심이

나를 옥죄었다. 그냥 처음부터 스스로 병을 이기게 만들게 내버려 두었어야 했는지, 지금까지 마당에서 얼마나

많은 고양이들이 태어나고 죽어 갔는가? 내가 각별히 애착을 가져서 끝까지 수명을 누린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내가 고양이에게 바라는 것은 고양이 자신의 안락과 즐거운 존재

그 자체 뿐이다. 처음부터 봉순이처럼 건강한 고양이를 선택하지 않고, 병약한 고양이를 선택한 것이 잘못일까? 처음엔

데리고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아픈 녀석을 치료해주어야 겠다 생각하다 좀더 따뜻해지면, 좀 더 날씨가 좋아지면, 하면서

차일피일하다 정이들어 버린 것이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도 사랑이란 참 피곤하고 애 터지는 일이다. 신경 쓰이고 걱정

되고, 뻔히 알고 있지만 사람은 사랑하는 시간보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시간을 못 견뎌 한다.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해주고

볕 잘드는 자리를 바꿔 주어야 하고, 없다면 그만큼의 정신력과 육체의 수고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데 화초를 키우는 것처럼

사랑은 쓰잘데 없는 일을 벌이는 것이다. 내가 화초에게 공을 들인다고 해서 화초가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그는 그 자신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면 족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랑이 본능인 동물이다. 사랑이라는 괜한 일을 벌리고 즐기고, 수습하는 일들을 되풀이 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사랑은 아프다.  나의 멀쩡한 생존을 증명하는 모든 아픔처럼 사랑은 사랑하지 않는 죽은 안락에 우리를 빠뜨리지 않는 우리 영혼의 방어기제다. 내가 아직도 사랑이라는, 아픔으로 조각한 보석을 버리지 않을 힘이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일을 가야한다.  봉달이가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한다. 마당에 있는 부모형제들에게 내보내기엔 건강이 아직 좋지 않다

사랑할 능력도 않되면서,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사슴아!! 내 사랑을 용서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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