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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묘일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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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21-01-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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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바람은 창문을 흔들었다 살려 달라는 것인지, 할 말이 있다는건지,  

바람을 살려 주는 것도, 바람이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새벽이다.

내 늑골 위에서 심장을 맞대고 잠들었던 고양이에게서 향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내가 영화를 보는 사이에 달그닥거리며 한참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 디퓨저에 꽂혀 있던

꽃장식 스틱이였나보다. 너무 짙은 것은 생선 비린내나 향수 냄새나 다를 것이 없다.

갈수록 개구장이가 되어가는 걸 보니 봉달이의 건강이 점점 안전 궤도에 들어가나 보다.

그리고 실내에서 나와 생활하는데도 즐겁게 잘 적응을 해나가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날이 기약도 없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다가오는 설도

지나간 크리스마스처럼 의미도 재미도 없어질듯하고, 어떤 빨간날들도 특별히 와닿지 않고

지나간다. 모든 날들이 달의 표면을 걷는 것처럼 밀착감이 없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살아왔던 습관 탓인지, 맹목인지, 살다보면 무슨 희망이라도 생길거라는 믿음 탓인지

알수가 없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가 모든 핑계가 되어주어 고맙다. 


밀착감이 없는 느낌은 시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이전에 쓰왔던 시를 계속 쓰기가 싫다.

비유를 위한 비유, 은유를 위한 은유를 되풀이 하는 것은 시의 형식을 빌린 게임이지

시의 의도가 빠진 것 같다. 작정하고 뭐라도 쓸거라고 쓰는것이다. 그냥 쓸 것이 없으면

쓰지 않으면 정직한 것을 뭐라도 쓰는 일이 성실한 일이라고 믿는 것이다. 쓰지 않으면

미칠 지경일지라도 딱히 쓰고 싶은 것이 없으면 쓰지 않는 것이 정직하기도 하고 성실하기도

한 것이다. 치렁치렁 늘어놓고 가는 언어도 업보다. 누구의 생각이나 옳기만 한 것은 없고,

시대가 흐르고 보면 미처 보지 못한 악들이 만연해 있는데, 내가 옳다, 이렇다 저렇다 보고

들은 비좁은 시야에 읽는 이들을 가두거나, 바이러스처럼 전염을 시키는 일이다. 그럴 능력이

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아무런 영향을 줄 수도 없고, 준다 한들, 뾰족한 희망도 되지 못할

글들을 쓰고 또 쓴다는 것도 집착이고, 악업이다. 무엇을 해도 심드렁하고 시큰둥하다.

나는어느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멀리도 와 있다. 친구들은 자격증을 따고, 뭐라도

삶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마련하고, 노후를 생각하고, 알맹이 없는 희망과 활기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점점 더 어떤 노력과 바램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할

뿐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내가 심한 우울증이라도 앓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욕망하는 것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그 마음이 병든 것일까? 이 암울한 문명이 파생 시킨 기술과 지식을 끝없이

습득해가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런 의욕도 발생하지 않는다. 무슨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이 이런 저런 자격증을 따고 자격을 만들어 갈때 다른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무기를 집어들고 있는데

나만 무기들을 하나 하나 버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나는 그저 봉달이에게 좀 더 잘보이고 싶고,

봉달이가 좀더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명랑하고 기분 좋았으면 좋겠다. 전기 장판 위에 깔아둔 인조 모피에

맨살을 비비며 그 매끄럽고 폭삭하고 따스한 촉감을 즐기고 싶고, 지식이 아닌 평온을 주는 책을 읽고 싶을

뿐이다.  내가 내세워 말하지 않는 내 진정한 기쁨과 안식에 공감할 수 없는 친구들은 친구가 아닌걸까?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나를 그리로 내몰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나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부정적이고 포부가 없다고 한 친구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고착화 되어 있는 생각에 대해서 작은 의문이라도 제기하면 그것은 부정적인 것일까? 포부 같은 것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 무엇인가가 결핍 되어 있다고만 생각하는 친구는 친구일까? 내게 없는 것이 내가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바라봐 줄 수 없는 것일까? 굳이 외제차를 가지고 싶지 않아서 가지지 않는 것은 결핍일까? 과시욕에서만 살짝 벗어나보아도 인생과 인간은 숨통이 트이고, 훨씬 자유롭다.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쓸데 없는 말을 늘어놓게 만들고 쓸데 없는 관계에 얽매이게 만들며 쓸데 없는 짐을 지게 만든다. 관계의 와해란 고독의 징조라기 보다는 진실과

자유의 징조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관계의 양보다 관계의 질을 회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내가 누구로 그들과 함께 해야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누구도 아니게, 그들 가운데서도 나 혼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 색깔과 가라앉은 먼지 같은 존재의 소요를 내려 놓은 물처럼 나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들을 드러나게 해주면 된다. 그런 상태를 맑음이라 부르면서도 우리는 맑음으로 존재하기를 원치않는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제일 가지기 싫어하는 별명이 투명 인간이다. 대체로 그 별명을 가지고 사춘기를 지나온 아이들은 외롭다. 그런데 나는 지금에 와서

정말 투명 인간이 되고 싶다. 누가 꿈을 묻는다면 투명인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분명 나를 편안함으로 이끌고 가는 운동인데 이 운동은 사람들에게 무기력하고 패배자처럼 보이며 절망적으로 보인다.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으면 나는 진 것이다. 오른 뺨을 맞고, 그 뺨을 어루만지며 울면 진 것이지만, 왼뺨을 돌려대면, 패배를 넘어서는 운동성이 있는 것이다. 나는 어쩔수 없이 투명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투명 해지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투명한 것은 그림자가 없거나 희미하다. 존재도 희미하겠지만 존재가 만드는 그늘도 희미하다. 햇빛이 통한다. 빛이 통한다. 내 꿈은 빛이 통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제 봉달이는 제 몸의 길이를 재듯이 온몸을 늘어뜨리고 잔다. 나도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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