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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묘일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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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21-01-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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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가 커피를 쏟아서 노트북이 망가졌다.

중고지만 큰 맘 먹고 장만 했던 것인데 어쩐 일인지 화가 난다기 보다는

이제는 어쩌지? 하는, 담담한 걱정만 앞섰다.

조금 더 주의를 하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아니기 때문인것 같다.

봉달이가 검은 색 설사를 해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봉달이의 항문에 커다란 면봉 같은 걸 푹 쑤셔 넣더니

봉달이가 지방 흡수를 거의 못하고 있다고 의사가 진단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정밀 검사를 받지 않고는 정확한 진단도

받을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사람 중 누구였다면 선뜻 검사를

해보자고 했을 것인데, 고양이가 잘 뛰어 논다는 핑계를

마음 속에 마련하면서 돈 들 일을 피했다. 정을 준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약 백미터 정도의 골목에서만

거의 예닐곱 마리의 고양이를 만나지만, 녀석들 중 누가 침을 겔겔 흘리며

비틀거린다해도,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할 뿐 녀석을 들쳐 안고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마당, 내 방에 있는 고양이는 잡을 수만 있다면 일단

병원에 데리고 간다. 아침 출근길에 녀석들을 잡으려고 애를 먹다 결국

잡히지 않아 출근하는 날에는 내심 병원비가 굳어 다행이라는 못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을 준다는 것은 필요한 모든 것을 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을 주지 않았다면 아무 죄도 아닌 일이 정을 주었기 때문에 마음에

큰 흑점이 생기는 죄가 되는 것이다. 사랑하라고 하지만 사랑하지만 않으면

죄도 적게 짓는 것 같다. 가장 흔한 핑계를 댈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대충 검사하고 항생제 타고, 설사약 타는 정도의 최선은 다 할 수 있지만

의료 보험도 되지 않는 검사나 수술을 하기에 나의 최선은 부족하다. 사람이라면

빚이라도 내었을 것이다. 마당에서 친구들과 쫓고 쫓기며, 엄마의 몸을 비비며

신나게 놀 아이를 내 욕심으로 데리고 와서 내 편한 만큼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속셈인 것 같다.

봉달이를 위한다지만 결국 캣타워를 이리저리 꾸미고 만드는 것도 나의 재미가

아니였던가? 덕분에 캣타워는 기성 제품 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모자라지는

않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갈치 냄새는 갈치의 원혼처럼 짙고 음산하게

내 방을 떠돌고 있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냄새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내와 함께

무주 가까이에 있는 어떤 산에 갔다가 잘 생긴 나뭇 가지 하나를 주워 와서 아무렇게나

걸쳐 두었다. 왠지 그 나뭇 가지가 갈치 냄새와 서투른 아크릴 채색과 이 방의 촌스러운

분위기를 자연스러운 멋과 척 갈라주는 모세의 지팡이 같다. 봉달이는 내가 만든 창조물들과

자신의 쾌락을 잘 조화 시키는 능력이 있는 녀석이다. 마치 사용설명서를 읽은듯 적절하게

잘 사용하고 잘 이용한다. 나 조차도 녀석에게는 알아서 잘 움직여 주는 완구다. 덮었던 이불을

열면 침대로도 사용 가능하다. 지금은 가부좌를 튼 내 다리를 쇼파로 쓰고 있다. 오늘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아 타이어를 수리하러 갔더니 그 집에서 직원들이 밥을 주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발정기가 되어 울다 울다 어느 날 가출을 했다고 했다. 봉달이에게도 그런 날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녀석이 태어난지 얼쭉 5개월은 되어 가는듯하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그렇게 뺏기면 억울한 권리였나를

생각해본다. 어떤 권리든지 내가 스스로 내 놓는 것과 박탈 당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이제는 생각이 아니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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