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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이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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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21-07-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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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이용미

1.
바람이 몹시 불며 비까지 내리는 밤이었다.
몸살이 오려는지 으슬으슬 떨리는 몸은 자연스럽게
장롱문을 열어 두툼한 이불을 안아 한 덩어리가 되었다.
따뜻하고 안정된 몸과 마음은 그대로 잠들어 깨어나지 못한들
어떠랴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사 놓고 몇 달이 지나도록 관심조차 없던 이불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계절에 맞는 침구를 꼼꼼하게
고르는 동료 옆에서 딱히 필요도 없는 이불 한 채를 덩달아 샀다.
그 가을 그렇게 요긴하게 쓰이리라는 생각을 여름이 시작되는
그때는 하지 못했다.
우연찮은 관계 맺음이 때로는 생각 밖의 행운을 가져오는 것과 같이
밤마다 느끼는 안온함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2.
‘남이 장에 가니 거름 지고서 따라간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피식 웃어본다.
이 나이에 시험을 보는데 높은 점수까지 바라면 과욕이라
생각하면서도 중요문장에 밑줄을 긋고 깨알같은 글씨로 옮기는 앞뒤
동료들을 보면 샘이 나니 어쩌랴.
머릿속은 텅 빈 듯, 꽉 찬 듯 무엇을 집어넣을 수도, 꺼낼 수도 없는데.
연례행사 보수교육 기간, 홀가분하게 받겠다는 말은 입에 발린
헛소리로 욕심은 여전히 가슴과 머리를 비집고 나오려고 해서
억지로 누르고 달래며 그럭저럭 이론과 실기까지 마쳤다.
이제부터 무장해제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수제 맥주
전문점으로 향했다.
이름부터 침을 꼴깍 삼키게 하는 ○○○양조장이다.
지향점과 고민은 조금씩 다르지만, 긴장과 이완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뭉치니 두려움도 거리낌도 없이 담대해진다.
농담의 수위까지 높아져 엄연한 성별마저 애매해지면 어떡하느냐고
깔깔대며 술과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 술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내숭을 떨며 도리질을 하고 못이기는 척 홀짝홀짝 맛보는
척할 때도 있지만, 술이 술을 부르면 술술 넘기고 삼켜도
얼굴색은 변함이 없다.
모계로부터 부여받은 DNA 때문이리라. 공교롭게도
다섯 동료가 같은 인자를 갖지는 않았으련만, 술 앞에서
즐거워하고 허물없어함은 복이 아니고 무엇이랴.
술과 친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어울릴 수 있을까?
고마운 나의 어머니, 아니, 나의 외가(外家)여.

3.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은 앞뒤 잴 것 없이
발걸음을 전자상가로 옮기게 했다.
그리고는 별 망설임도 없이 권하는 제품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결재를 해버렸다.
20여 년을 써온 김치냉장고는 기능은 멀쩡한데 맛있게 담근
김치 맛까지 변할 것 같이 지저분해진 김치 통이 문제였다.
통만 바꾸자니 그 값이 만만치 않아 일을 저지른 셈이다.
조금 높아진 냉장고 문을 볼일도 없이 수시로 여닫는다.
들어 있는 것이라고는 작년에 담았던 김치 한 통과 과일 몇 가지뿐,
허전한 공간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김장철을 기다린다.
이렇게 또 다른 김치냉장고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필요해서 맺은 관계라도 흐트러짐 없이 이어진다면 축복일 수 있다.
사람과의 인연이 억지로 맺어지거나 쉽게 떼어내기 어려운 것 같이
의식주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무엇하고의 관계이든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는 고마운 관계이기를
소망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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