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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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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4회 작성일 25-02-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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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한 세상





고택의 하루는 폰에서 새소리를 끄집어내어 머리 맡에 앉혀 놓고 한참을 기운을 차린 다음에야 하루의 주파수를 겨우 맞춘다. 이곳 남쪽지방도 칼바람이 불고 메마른 흰눈이 햇빛에 반짝이며 흩날리더니 음지에는 제법 싸락눈이 겨울처럼 쌓여 있다. 참 보기 힘든 눈이기도 하고 날씨가 얼마나 매서운지 눈이 싸라기가 되어 이리저리 굴러 다닌다. 싸늘한 아침처럼 아침마다 두 노인의 최대난제인 식사문제가 다가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제 먹었던 밥을 또 먹어야할 것인가. 찐고구마에 어제 갈아 놓은 야채주스를 또 훌적거려야할 것인가. 뭐 치약을 짜듯 간편하게 한꺼번에 쭈욱 짜먹으며 티브이를 볼 수 있는 그런 식품은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 끼니때마다 다가오는 두 노인의 식사문제가 갈수록 난제로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노년의 일상이 권태롭기도 하지만 늙은이 둘이 마주 앉아 진수성찬을 놓고 뒤적여도 마음은 메말라 식욕이 심드렁하다.


그런데 비하면 요즈음은 일견 참 편한시대이기도 하다.서울의 아이들이 부모의 취향에 맞추어 시시로 보내주는 영양식들,예를들면 일회용 갈비탕, 완도 전복, 울릉도 물오징어, 만석 양념닭, 종가집 김치,심지어 생수까지도 대문 앞까지 척 갖다 놓고 인증사진을 턱 밑에 올린다. 집사람은 어떤 날은 두 세번씩 대문 앞을 들락거린다. 마트를 좋아라 했던 집사람이 판교에 살 때도 매주 마트라도 간다시면 한아름씩 들고 오기도 했던터라 폰에 기별이라도 깨톡거리면 대문 앞으로 서둘러 뛰어 나간다. 마치 아이들이 찾아온 것럼 반가운 걸음으로 달려 나가서 무거운 박스를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시골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며 스며들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식품에 따라 냉장실행과 냉동실행으로 분리 거치를 하고 날마다 집사람의 기호대로 꺼내어 요리를 하기도 하고 데우기도 하며 끼니를 이어 가지만 메뉴란 게 거의 거기서 거기다 보니 지레 권태로움이 와서 음식맛으로 먹기도 하다가 입맛으로 쩝쩝거리기도 하다가 젖가락 끝으로 끄적이고 하다가 음식을 소홀히 대한다고 집사람에게 지청구를 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일생을 살며 먹어온 음식들이다 보니 그 맛있던 삼계탕도 누린내만 나고 그 구수하던 라면도 밀가루 냄샌지 국물이 짜서 요즘은 입 가까이에도 못 댄다. 나이들면 확실히 입맛이 바뀌는 게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모임에 나가보면 80이 넘은 나이에도 어죽 한 그릇을 훌훌 불어가며 남은 국물마져 후딱 마시고 두 눈을 감추고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면 약골인 내가 약골인 이유가 있구나를 절감하게 되기도 한다.


요즈음은 독거가정이 많고 그에 맞춘 음식및 배달 문화가 첨단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 같다. 폰 하나면 웬만한 사람은 살아가는데 별로 큰 문제가 없는 듯 하다. 심지어 외국에 주문한 ㅂㅂㄹ코트가 일 주일을 조금 넘자 거울 앞에서 이리돌고 저리 돌고 하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참 사람은 돈 있고 오래 살면 갖은 문물을 다 경험하겠다는 생각이 피식 든다. 폰이라는 요물이 세상을 뒤집어 가고 있다. 사회적 인프라도 무섭게 변하고 있다. 너무 편해서 겁이난다.


우물이 동네 중앙에 있어 온 동네 사람들이 사시사철 그 우물 하나에 매달렸다. 따뱅이를 물고 양철통에 넘치는 물을 피해가며 젖은 치마를 움켜쥐고 골목길을 들어오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집 안에 조그만 우물을 파기전까지 우리 어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교대로 물을 퍼 날랐지만 늘 물이 모자랐다. 아버지가 마당에 물길을 찾아 10자 남짓 우물을 팠을 때 아이들은 무너진 담벼락에 돌을 빼서 날라 석축을 쌓았고 이튿날 나무 두레박으로 퍼올린 맑은 우물물을 한바탕 시원하게 드신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우리 어머니에게는 신세계였다.


대문 앞에 생수가 네 박스나 왔다. 도회의 아이들이 부모에게 생명수를 보내왔다. 부들부들 추위에 떨며 박스를 들고 허적거린다. 한겨울 내내 뗄 연탄을 쌓아 놓은 것처럼 푸근한 마음으로 다용도실에 쌓여진 생수를 본다. 바깥이 아무리 엄동설한이라도 마음은 봄바람처럼 따듯하다. 몸에 실은 지병만 없다면 정말 편한 세상이다. 너무 편한 세상이라도 지병때문에 죽을 지경인 것을 저 겨울 햇살은 알까? 남쪽지방이 북극으로 변했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이 편해 졌지예~
전에는 마트까지 가서 물건 보고 배달 시키던것을
요즘은 따뜻한 이불속에서 사진을 보고 배달 시키면
새벽 배송으로도
문밖에 갖다 두고 사진이 깨톡하고 날아 오지예~ㅎ
하루에도 몇번씩 쇼핑이 간단하니~^^*
그러다가 낭패를 당하지예~
사진은 맛깔스러운데 도착한 식품은 영 아니니예~
이제 식품은 안시켜야 겠다 합니다~ㅎ
무거운것 들고오기 힘든건
전부 *팡에서 주문 배달 받네예~^^*
많이 추운날 맞어예~
바람이 거세고 기온은 내려가고 겨울 맛 납니다예~
알콩달콩 두분이서 맛나게 잘 드시고 행복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아직 폰으로 뭘 시켜보질 못 해서 정아님이 말씀하신 희열을 맛보지는 못 했네요
주로 아이들이나 안사람이 주문을 하는 편이지요
무거운 상품 같은 것은 많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아파트라면 문전택배로 참 편한 세상이기도 하지요

이곳도 아침이 영하11도를 찍고 있습니다
보기드문 추위에 옴짝달삭을 못 하고 있지요
무서운 추위에 감기조심하시고 따듯하게 보내세요~!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詩人님!&"정아"作家님!!
"물가에"房長님의 말씀처럼,참 便한 世上입니다..
"계보몽"任의 隨筆을보며,昨今의 世態를 느낍니다`如..
 두分이 居하시는 南녘地方에도,寒겨울이 성큼 다가왔군요..
"春3月`好時節"이,다가오겠져!"겨울"추위에,늘상 健`安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위가 도를 넘었습니다 사방이 얼어 붙었군요
창으로 보이는 서출지 연못도 어제부터는 빙판으로 변했습니다
바람도 어찌나 심하게 불어대는지 모든 창호문을 꼭 닫고 있네요
말씀하신 춘삼월이 오긴 올런지요? ㅎ
입춘이 지났지만 동장군이 기승을 부립니다

늘 찾아주시고 격려의 말씀 놓아주셔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 불어 좋은날~
고성 문수암 다녀 왔네예
차로 꼬불꼬불 오르다 보면 귀에서 이상 신호를
느끼게 되는 높이~!!
펼쳐진 바다의 전경은 역시 산에서 보는
바다가 매력적 입니다~!!
간김에 생멸치회 유혹에 들렀더니
어떤 사유인지 멸치 쌈밥만 메뉴 가능하다해서
맛나게 늦은 점심 챙겼네예~
익은것만 먹어야 한다니
바닷가에 가도 樂이 하나 줄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성을 다녀 오셨군요 생멸치회가 유감입니다
멸치회는 기장이나 대변쪽이 아닐까요 ㅎ
지난 주 아이들과 기장을 다녀왔습니다만 곰장어구이만
먹고 왔답니다 허수님이 소개한 죽성성당을 둘러
해동용궁사에 가서 관세음의 소리도 듣고 왔습니다
아기자기한 기장의 문화들 하루가 즐거웠지요

날씨가 풀린다니 봄바람이 그립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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