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맺어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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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집에서 보내기 심심해서 오랜만에 동네 야산에 갔습니다.
동네 산의 높이를 해발로 따질 건 못되지만 굳이 따진다면 약 100m 정도라는 기록을 본 것 같은데
비록 높지는 않아도 갖출 건 다 갖춘 제법 산 다운 면모를 갖춘 산이어서 나처럼 저질 체력을 가진 사람은
몇 번을 쉬어야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일단 정상을 목표로 오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소위 깔딱 고개라고 하는
가파른 부분이 있는데요, 이 가파른 고개를 맨몸도 아닌 짐을 지고 오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짐의 정체는 바로 사람이었는데, 그러니까 40대 초반쯤 되는 남자가 딸로 보이는 5 ~6세 정도의 여자 아이를
목에 태우고 성큼성큼 경사로를 오르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부녀는 산의 초입부터 내 뒤를 따르다가
중도에서 내가 쉬는 사이 나를 추월하여 정상까지 갔다가 하산하는 길인 것 같았습니다.
천천히 걷는 나를 스치며 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아빠의 목마를 탄 소녀가 딴에는 미안했던지
내려서 걷겠다는 데도 남자는 못 들은 체 묵묵히 걷기만 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의 그런 뒷모습을 놓칠세라
급히 핸드폰으로 멀어지는 그들 모습을 당겨 찍으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 너는 참 좋은 아빠를 두었구나 "라는
감탄사를 꿀꺽 삼켰습니다.
그 부녀의 그런 모습은 그들의 일상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다 큰 딸을 목에다 태우고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나도 두 딸을 키웠지만 저렇게 목마를 태우고 산에 다닌 적이
없었기에 그 남자의 딸 사랑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내려놓으면 나비처럼 포르르 날아갈까 봐 목에 탄 아이의 두 다리를 꼭 잡고 걷는 모습이 하루가 지난
오늘도 사라지지 않아서 그 때 찍은 핸드폰 사진을 몇 번이나 보았습니다.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간에 지켜야 할 도리를 천륜(天倫)이라 합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일반적 도리인 인륜(人倫) 에 비하여 천륜은 하늘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뿐더러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를 의미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무한하며 그 사이에는 어떤 조건도 개입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산에서 목마 탄 아이를 보며 저 아이는 참으로 좋은 부모를 만났다는 생각에
그 부녀에게 무언의 축하를 보내며 즐거운 산행을 마쳤습니다.
수사네 룬뎅 - 당신 곁에 소중한 사랑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안 산* "隨筆家`詩人"님!!!
참말로 오래間晩에,"안산"任을 만나봅니다`如..
"天倫이란,하늘이 맺어준 因然이져",感動입니다`예..
"좋은글"&"所重한 사랑"音香에,感謝오며..康`寧하세要!^*^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존경하는 안박사 님 안녕하십니까.
제 미흡한 글에 또 이렇게 정겨운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천륜은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하늘의 뜻이기에
참으로 소중하지요. 그날 저는 산을 오르며 천륜의 소중함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안박사 님 공감해 주셔서 재차 감사드립니다.
기복이 심한 봄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들향기님의 댓글

하늘이 맺어준 인연
보모와 자식 간에는 무엇이든지 다 주고싶고
한없는 사랑을 주고 싶은 인연이지요
우리들하고 다르게 요즘 아빠들은 아들 바보 딸 바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일찍이 결혼해서 아이도 일찍이 낳아서
살아가는데 바빠서 사랑도 제대로 못주었습니다
지금은 늦게 결혼해서 늦게 아이를 낳아서
자식사랑이 끔찍해서 자식 바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좋은 사랑과 좋은 인연 좋은 현상이지요
아마도 그분도 딸 바보인가 봅니다
안산님의 축하를 보내는 마음도 복 받을 일입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혈육에 대한 사랑은 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이지만 예전에는 그 표현법이
지금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화로의 재불처럼 은근하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요즘의 사랑법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식이라면 껌벅 죽는 요즘 세대들의 사랑법에 감동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산행을 하며 우연히 본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어서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들향기 님의 푸근한 덕담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