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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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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65회 작성일 25-07-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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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의 계절 





산수당 앞 연못에는 수련과 연꽃이 반반씩 어우러져 계절을 피우고 있다. 이따금 수련 위를 자라나 개구리가 뒤집기를 시도하고 물꿩이 연대사이를 달리며 잰걸음으로 먹이와의 사투에 여념이 없다. 물장구를 치며 달려간 물꿩의 뒤로 유유히 흐르는 물뱀이 여유로움을 보인다. 아침 먹이 사냥에 연못의 식구들이 분주하다. 1916년에 준공을 했으니 벌써 한 세기가 지난 건물이기도 하지만 근래에 리모델링을 하고 오일스테인을 발라 요즘 유행처럼 여기 저기 많이 지어대는 팬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 산수당공 자손들이 진사가 몇 분 나오시고 참판도 몇 분 오르시더니 80년대에 와서 시장도 나오고 조합장도 나와 벼슬이 제법 이어졌다. 우리 경주파의 지파였지만 향중에 이름을 남기고 문사에도 많은 분들이 중심에서 활동을 하셨으니 그야말로 산수당 전성시대였다. 소위 우리 경주파의 초석을 만든 집안이었다.

 

허물어진 담장을 새로 단장을 하고 지나는 과객들이 사진을 담을 정도로 조경도 제법 빼어나게 해 놓았다. 산보하다 돌아올 때는 꼭 산수당정자 담장길을 찾는다. 그 이유는 능소화가 요즘 만개했기 때문이다. 능소화의 전설을 음미하며 꽃잎에 코를 갖다대기도 하고 떨어진 꽃잎을 주워 참 슬프고 가엾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문득 세월무상의 허무함이  갑자기 엄습해오기 때문이었다. 화려했던 산수당공의 후손들이 자중지란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근 십여 년을 보아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30년대생의 선조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더니 급격히 변한 산업화 사회를 거친 그 후대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소위 베이비부머 시대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된 것이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어른들이나 그 아들들이나 황당한 세월은 다 똑 같은 감정이었다. 선조보다 자기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른바 물욕의 시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는 드물고 문전옥답을 팔고 타지에 눌러 앉는 후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 세대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라 느지막히 황망히 눈을 감은 선대들이 많았다. 모두가 전쟁후 급변한 세태의 변화를 처음 겪기 때문이었다. 혼란기에 본향에 살던 눈 똑바로 박힌 후손들은 조상의 종토를 마음대로 유린해서 팔아 먹었고 가지고 있던 종토마져 서울에 있던 종손이 다 팔아 치우고 도망 갔으니 산수당은 일거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것이 다 근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속수무책이었다.


기와가 늘어선 담장에 아름처럼 핀 능소화 꽃숭어리들. 그 주홍의 눈빛은 옛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연히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기왓장 사이사이로 보이는 옛날의 흔적들, 그 시퍼런 옛날이 꾸짖듯이 나를 보고 있다. 산수당공의 백형이 지은 이요당정자의 직계주인인 나에게 천둥 같은 눈길을 주고 있다. 다시 옛날로야 돌아갈 수는 없지만 선조들이 피로써 지은 정자야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다짐을 하는 연약한 세월이 거기 서 있었다. 능소화는 피고지고 세월도 가고 오고 하는데 우리네 인생은 한 번 가면 못 돌아올 길을 오늘도 가고 있다. 시대정서에 맞춰 살아가야 편한 세상인데 마음따로 몸따로인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오늘도 우중에 손님이 온다니 정자 청소라도 해야지 하면서 능소화 핀 긴 담장길을 홀로히 걸어간다. 오늘도 비가 오려는지 허리가 뻐근한데 허적이는 걸음이 유난히 무거운 아침이다. 능소화가 길게 도열하며 박수를 보낸다. 늙은 걸음이 힘을낸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 隨筆家`詩人님!!!
"계보몽"任께서 擔아주신,"능소화의 季節"을 吟味하며..
 鄕里지키시는 "계보몽"任의 性品에,깊이`깊이 感動합니다`如..
 곱게 피고지는 "능소花"의 貌襲처럼,아름다운 마음씨에 尊敬드리며..
"계보몽"詩人님의 康寧하심을,祈願드립니다`요!늘 健康하고,幸福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건안하시죠?
척박한 세태입니다 마을엔 젊은이 하나 없고 나이 많은 먼 숙모들이
90의 세월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이런저런 생각을 넋두리로 적어 보았습니다

능소화는 옛 영화를 기억하는듯 화려하게 피어 올랐습니다
무언극처럼 골목길을 기웃대며 어슬렁거리지요

감사합니다 안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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