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신이라 부른 마을 (풍자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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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신이라 부른 마을》
(“신의 얼굴은 네 얼굴이 아니제잉~”)
마루골은 해마다 **‘신의 날’**이라 해서
동네 한가운데 **신상(神像)**을 새로 조각했제.
올해 신은
이마 넓고, 눈 크고, 콧대 선한 모습이었제.
사실은…이장님 셋째 사위 얼굴을 닮았제잉.
“거 얼굴 한번 시원하다잉~
신도 인물이 있어야제~”
사람들은 절을 하고,
복을 빌고,
사진을 찍고, 필터를 씌웠당께.
그런디 그걸 본 길도령,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읊었제.
“신상 새길 돈으로
거울이나 나눠주믄 될 낀디.”
다음날
길도령은 마을 장터에 큰 소리로 외쳤제.
“신이시여,
우리에게 너그러이 비출 도구를 주시옵소서!”
하면서 꺼낸 게
‘신의 얼굴을 비추는 마법의 물건’,
즉, 거울이었제.
“이 거울은 말이여,
바라보는 자에게 신의 형상을 보여준다 안카나~
이걸 보면 그대 안에 있는 ‘거룩함’을 알 수 있다 이 말이여잉~”
사람들은 거울을 받아들고,
하나같이 환호했제.
“허억, 내 눈동자 속에… 빛이… 있어부렀어잉…”
“허허, 신의 얼굴이 나랑 똑 닮았당께잉!”
그날 이후,
모든 집마다 거울을 모시기 시작했제.
절대신 셀카,
기도 대신 자기 다짐을 외쳤제.
“거울 속 이 모습이, 신이다잉!”
마을엔 거울 사원이 생겼제.
그 안엔 사람 크기만 한 전신거울이
삼백 육십도 빙글빙글 돌아가며 서 있었제.
사람들은 줄을 서서
거울 앞에 무릎 꿇고
자기 얼굴을 보며 말했제.
“오늘도… 잘 버티셨습니다.”
“신이시여… 나만 잘 되게 해주소서.”
“내가 제일 잘났지라잉~”
한 할매는 거울에 비친 자기 손주 사진에 절했고,
어떤 양반은 거울에다 뽀뽀하다 앞니가 나갔다더라.
근디,
마을 외곽 세 칸짜리 초가집엔
거울이 없었제.
그 집 아이는
매일 거울 없는 방에서 그림만 그렸제.
사람들 얼굴.
울고 있는 얼굴, 웃는 얼굴, 잠든 얼굴.
길도령이 물었제.
“넌 왜 거울을 한 번도 안 보냐?”
그 아이가 말했제.
“거울엔 나밖에 없는데,
나는 다른 사람을 보고 싶당께요.
거울에 비친 얼굴이 신이라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웃고 있는 얼굴아닐까요잉?”
그 순간
길도령이
처음으로 거울을 땅에 내려놨제.
“하이고…
거울 팔아 벌어먹는 놈이,
거울 없는 애한테 뒤통수 맞았당께잉…”
그날 이후
사람들은 거울을 보다가
점점 거울 속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제.
입은 웃는데
눈이 비었고,
절을 하다가도 거울 속 자신이 남 같았당께.
마침내 누군가 외쳤제.
“신은 내 얼굴을 닮은 게 아니고,
내가 잊은 얼굴을 닮았당께!
거울을 깨뿌자!”
와장창 와장창―
마을 곳곳에서 거울이 깨지고
반사된 자의식들이
하늘로 흩어져 사라졌제.
지금도 마루골 바람 불면
깨진 거울 조각이 햇살을 반사하며 속삭인당께.
“신은 비추는 게 아니라, 바라봐주는 거여잉…
네가 누굴 바라보느냐에,
신의 형상이 있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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