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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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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88회 작성일 25-09-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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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목숨 




파리목숨이라는 게 있다. 남에게 쉽게 죽임을 당하거나 보잘 것 없는 죽음이라는 뜻일 게다. 인간은 언젠가 한 번은 죽어 나가는 게 인지상정이라 누구든 그 죽음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죽음을 들여다 보면 아름답게 마무리 되는 죽음은 거의 없다. 물론 깨달음이 있어 호스피스 병동이나 종교시설 같은 곳에서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 도우미의 케어를 받으며 생을 마감하는 이도 있다. 영상을 보면 말기암 환자들이나 치명적으로 삶으로 복귀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자기의 삶을 하나하나 갈무리하면서 이따금 자기의 피붙이들을 불러 영상도 남기고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 참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죽음은 거의가 비참한 말년이 많았다. 그래서 죽음은 비참한 것이라고 아름다운 죽음은 거의 없다라고 단정을 한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요즈음은 자식들 눈치보기가 바쁘다. 말년의 인생은 움직이지 못하면 내 의지와 고상한 생각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눈치를 본다. 주변에 끌려 가듯 요양병원으로 가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요양병원에 가기 싫어 악다귀를 쓰며 마누라 손을 뿌리치던 종숙이 한달 만에 불귀의 객이 되는 것을 보고 요양병원은 천국 같은 사탕발림으로 세단으로 모셔 가도 그곳은 현대판 고려장의 현실이다. 그래서 집에서 기어다니면서도 밥술이나 뜰 수 있으면 집에서 죽는 것이 낫다.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가다 죽던 오후 산책을 나가 비탈길에 미끄러져 죽든 바깥에서 죽기를 소원해야 한다. 그래서 걷지 못 할 때까지 운전면허증도 반납하지 않는 것이 노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면허증을 반납하면 가고 싶은 곳도 가지 못할뿐더러 그날로 죽음이다. 노인은 나가지 못하면 죽는다. 그래서 여행하다 죽던지 친구네 가다 죽던지 좋은 음식 먹다가 배불러 죽던지 황혼 데이트를 하다 죽던지 여하를 불문하고 밖에서 죽자는 것이 유행불처럼 번진다.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공통된 인식이 아닐까 싶다.


그제는 내가 귀향하고 늘 살갑게 걱정해주던 집안의 종숙모가 남편이 요양병원에서 죽은지 일년도 채 안 되어서 쓸데없이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다 하늘이 빙 돌더니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몇 안 되는 노인만 사는 마을에 백발의 노인들이 있는대로 달려 나와 종숙모를 질질 끌어 마루에 눞히고 쉐타를 풀어 헤치고 119에 연락을 하고 난리법석을 피웠는데 119싸이렌소리와 경광등이 꺼지자 종숙모의 목숨도 꺼져 버렸다. 남편을 요양원에 보내고 좀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속앓이를 하고 있었는지 시름시름해지는 표정이 깊어지더니 기어코 사단이 난 것이었다. 참 안타깝고 행복한 죽음이었다.


향년88세, 사람들은 종숙모의 죽음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이름지었다. 세상에 저렇게만 죽으면 원이 없겠다는 남은 노인들의 슬픈 중론이었다. 원처 자식들은 감감무소식이니 자식들도 아니고 홀홀단신 외로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마음은 벌써부터 남편을 따라가고 있었음이 자명하였다. 이렇게만 간다면 원이 없다는 것이 남은 노인들의 로망이었다. 장례식장으로 경광등을 번쩍이며 남은 삶의 꼬리를 길게 흘리며 떠나는 종숙모의 마지막 길, 사람이 하나 둘 사라지고 곧 500년 마을도 사라지려나 하는 서글픈 마음이 폭염을 견디고 찬바람이 부는데도 끝까지 붉게 버티는 목백일홍 꽃을 바라보는 눈길이 붉어져 한참을 종숙모가 살던 흙담장에 기대서서 세월을 바라본다. 새벽이 제법 가을티를 내니 가을이 오긴 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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