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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붓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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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091회 작성일 15-07-0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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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붓질

 

바람의 붓질이 술()의 경지다. 숲의 고요를 뿌리째 흔들며 거친 필세(筆勢)로 나무를 떠밀거나 매만지면, 소리는 리듬이 되어 결의 질서를 휘젓다가 되돌린다.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디에도 없다가 어디에도 있는 바람의 행적이 궁금하다. 누가 그 묘한 바람을 피워 올리는 것인가?

 

그 누구를 향한 그리움처럼, 불쑥 치밀어 오르는 격정에도 바람은 있어 걷잡지 못하는 내 안에 바람이 갈팡질팡한 날은 골짜기를 비질하는 익명의 바람처럼 소용돌이가 인다. 너의 그리움이 어디서 출발하는지를 안다. 허허(虛虛) 창공 달려도 기댈 곳 없는 외로움이 숲을 만나 어루만지는 애무의 격정이리라.

 

도심의 반지하 작업실에서 십수 년을 지내다가 물소리 새소리 풍성한 골짜기에다 갤러리와 작업실을 지었다. 짐을 옮겨 몇 날을 지내다 보니 선경에 들어온 느낌이다. 새벽은 새들 울음에서 시작되고, 아침 햇살이 작업실을 기웃거릴 때면 자리를 박차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이렇게 일찍 시작되는 줄을 몰랐다. 새벽이 이렇게 일찍 오는 줄을 몰랐고 새벽과 함께 새소리 알람이 시작되는 줄도 몰랐다. 자연에서 와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문명된 세상살이가 그 얼마였던가? 때늦은 회귀지만 잠 잘했다는 생각에 문득 감격한다.

 

골짜기에는 낯선 바람들이 자주 지나간다.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마른 바람과 장마를 예고하는 구름바람까지 숲은 길손바람들을 몸으로 껴안는다. 오늘 바람은 몹시도 기걸스럽다. 보름 굶은 맹수처럼 숲을 샅샅이 뒤진다. 숲은 치부를 드러내며 아우성이다. 이런 아우성은 음계를 벗어난 소란이지만, 듣기에 거북스럽지 않다.

 

이 바람 뒤에 뭔가가 쫓아올 것만 같다. 무엇을 쫓아가는 바람이 아닌 무엇에 쫓겨 가는 바람이기에 경황이 없나 보다. 이 바람 뒤에 소나기라도 한차례 내려 준다면 마른 대지는 칼칼한 목을 부드럽게 적시리라.

 

숲이 싱그러워지면 여름은 더욱 깊숙한 그늘로 동물들을 불러 들인다. 여름은 제 몸집을 마음껏 부풀리는 나무들의 계절이다. 꽃 진 가지마다 열매 영그는 숲의 풍요 앞에 한 자락 익명의 바람이 되어 잎 새를 흔들며 숲을 매만지고 싶다.

 

숲이 내 앞에 있다는 것은 내 삶의 노정에서 만난 행운이리라. 바람의 붓질 따라 내 캔버스가 여름을 채워 나갈 때 내 삶의 여백은 유채색 계절로 위로받을 것이다.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 숲으로 낮은 비구름이 빨려 들어온다. 서늘한 습기가 느껴지는 오후, 내일은 비라도 좀 내려주면 좋겠다.

 

추천1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대로...숲이 내 앞에 있다는 것.....
행운 일 것 입니다...그리고...더욱 정진할 계기가 되는 것이구요...
당찬...기운이 여기까지 옵니다.
건강하세요

景山유영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용 자가님  아주 알맞는 표현입니다
결국 대자연의 살아 있는 모든것은 바람에 붓질로 그 생명을 지탱해 감을 봅니다
좋은글  정독 합니다
문운이 번창하기를 바라면서^^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profile_image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을 담고 숲의 냄새를 그리며
어미 새 슬픈 소리를 화폭에 뿌리는
작가님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자연을 가까이 접하며 숲을 친구삼아
동물의 아침상을 차려주는 작가님과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는 마음 담고 갑니다.
멋진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石木님의 댓글

profile_image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묵직하고 깊은 성찰의 시선으로 바라보신 바람의 체온과 흔적을
새소리 들리는 골짜기에 멋진 붓질로 그려놓으셨네요.
그 갤러리와 작업실에 머무시는 시간들의 체험을 '행복'이라고 불러드려도 되겠지요?
제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경지입니다.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인기있는 tv 프로 자연인은 아니더라도
고향인 칠갑산 자락에 초막짓고 자연속에서 사는 것이
꿈인데 여의치가 않습니다.
선생님 부럽습니다.

SunnyYanny님의 댓글

profile_image SunnyYa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시마을에 입성하여 박용시인님의 팬이 되었답니다.
시마다 저를 사로 잡더니 수필까지도 그렇습니다.
숲속에서 하루 정도는 푹 머물다 나온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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