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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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726회 작성일 15-09-07 19:25본문
처서가 지나고
淸草배창호
이틀 날밤을 한시도 쉬지 않고
장대로 휘젓듯이 마구 두들기고 있다.
자연이 낳고 있는 조화라지만
그저 왕방울 같은 비가 우두둑
된더위에 지쳐있는 초목과
갈증으로 몸살하고 있는 대지에
아낌없는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산도랑 가에 우뚝 깎아지른 바위벽이 풍상으로 절어서
깎이고 패여서 풍화를 이룬 사이로 하얀 포말이 친화적인
자연의 폭포 되어 산화하는 운치가 더 없는 장관을 이룬다.
숨이 막힐 정도의 엄청난 된통 더위가
언제 있었나 듯이 시원스레 소통을 틔워서
도랑 골마다 콸콸 쏟아내고 있으니
돌 개천은 황토물이 범람으로 내를 이룬다.
무엇이 그토록 서럽고 할 말이 많았을까,
참고 견딘 울분을 한껏 토설이나 하듯이
속내조차 붉게 감춘 채 양껏 실어내는 물길이 분주하다.
하늘만 쳐다보며 갈애하는 마음이 전해졌는지
오랜만에 물씬 젖어있는 바위 이끼의 모습이
파란 융단처럼 펼쳐져 있고
운무 낀 산 능선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정겹다.
군데군데 자락마다 긴 목을 늘어뜨리고 있는 산나리가
가는 여름을 배웅한 게 엊그제인데
처서와 더불어 날 걸음으로 왔으니 방죽의 웅덩이 부럽지 않다.
청 녹으로 야무진 산감이 이파리도 튼실하고
홍조를 빚을까 말까 망설이는 감이 주먹만 하게 영글었다.
처서와 더불어 길손처럼 지나가는 소나기가 그렇게 고마울 줄이야.
가을 밭갈이를 펼칠
순응을 향한 만상이 가을을 입히고 있다.
회포를 나눌 또 하나의 나들이가 시작이다.
댓글목록
애니라인님의 댓글
애니라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배창호님~~운무낀 산능선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아름답게 낀한폭의
산수화를 지금 눈감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아름답지요 계곡에 흘러내리는 고운빗갈의 물빛갈까지 그리운 저녁입니다
시인님의 멋진글 여러번 읽고 있습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의 댓글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리산 능선 자락에 하염없는 운무는 장관을 이루는 운치가 아닐까 합니다.
산이 깊을수록 물이 맑다는 이치처럼!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이 충만하는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書癡서아님의 댓글
書癡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업무차 파주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산등성이 나무 끝자락으로 서서히 색이 변하는 것이
보이더군요. 하늘은 높고 그늘 속 바람은시원 하더군요.
처서가 지나고 계절이 옷을 갈아 입는 것을 눈을 감아도
이젠 보입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의 댓글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의 문턱을 밟고 보니
하나둘 이파리도 홍조를 빚어려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풀 섶에 유난히 맑고도 찬 이슬이 영글어 있습니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자연의 시절 인연들!
빛고운 행보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늦봄 산 더위가 먼저 오더니
산그늘 서늘한 바람이 능선 타고
긴 목을 타고 스치어간다.
늘 나그네처럼 떠돌다 제 집 찾은
바위이끼 껍데기 두고 영혼 길 바쁘다.
창호 시인님!..
한동안 가을 앓이 시작 될 모양입니다.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가을이 주는
이상한 병명입니다. 괜한 가슴에 불을 댕겨 주었습니다.
감상하고 갑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의 댓글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석의 기온차가 너무 크서 한기를 느끼게하는 요즘입니다.
이른 아침, 들길을 걷노라면 발목까지 축이는 白露가
가을을 더욱 느끼게 합니다.
저역시,
생의 황금기에 접어들어도 가을을 타는 연례행사는 아마도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처럼 심한 앓이의 시작입니다.
충만한 기쁨의 가을 시작이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