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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항(甘浦港)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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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81회 작성일 15-07-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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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항(甘浦港) 34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사 가는 건 취소하지.
이제 돌아가 신타로! 넌 나를
이길 수 없으니 이 여자를
괴롭히고 있는 줄 알아.
어서 돌아가!"

사내는 윽박질렀다.
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만약 사내가 그의 기에
굴복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사 계획을 알고 있다.
여자가 얘기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자를 데려갈
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계획은 성공했을 거다.
빙의시켜 자기의 뜻을
따르도록 했을 것이다.
신타로는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수십 년을 기다려 온 영매자를
순순히 보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여자를 보내고 나면 또 언제 자신의
한을 들어줄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
그는 여자의 목숨을
거둬 자신과의 동행을
꿈꾸며 여자의 목에다
줄을 걸게 한 것이다.
위기를 극복한 일이
몸서리쳐진다.
여자의 정신이 돌아온다.
눈빛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다.
욱죄던 힘을 풀고 여자
얼굴을 쓰다듬는다.
일그러진 표정이 돌아오고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보면
빙의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사내가 이사계획의 취소를
통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타협점이 되어
빙의에서
풀려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사를 계획하며 어떤
일인가 있을 것을 예감했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으로 맞설 줄 몰랐다.
그 에게는 극단적인
방법뿐이었는지도 모른다.
한을 풀고 한의 역사를
지우는 데는 이 여자가 꼭
필요했을 것이다.

"YS! 정신을 차려 봐.
신타로가 당신의 목에다 줄을 걸었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을 당할 뻔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신타로가 미쳐 날뛰고 당신은 대책 없이
빙의되어 그의 뜻을 쫓고 있으니 말이야.
목숨은 하나야.
목숨을 버릴 만큼
신타로를 좋아하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여기서 나가자.
나는 오늘 밤 멀쩡한
당신이 필요해. YS!"

그는 몸을 털고 일어나
사내를 쳐다본다.
사내는 바닥에 떨어진
부엌칼을 집어 들고
여자에게 보인다.

" 이 칼로 나를 죽이려고 했어.
당신이 목매는 걸 방해한 대가지.
이런 극한 상황은 싫어. 나가자."

여자는 사내를 따라나섰다.
둘은 가까운 여관으로 들어
신타로가 없는 밤을 사랑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여자의 빙의는 심각한 상태다.
신타로가 여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무슨 일인가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타로와 영매로 통교하는 정도가 아니다.
신타로에게 세뇌되었거나 빙의를 허용해서
신타로가 되기 때문이다.


지박령 신타로가 없는 여관에서
한낮이 되도록 뒹굴며 쉬었다.
지난밤 일은 끔찍하다.
잠깐의 방심으로 여자를
죽게 하거나 사내가 죽을 뻔했다.
신타로의 집착이 예상보다 강했고
목숨까지 넘겨다보고 있었다.
그의 영혼을 극락 천도하는
오구굿이라도 해 주지 않고는
적산가옥을 순순히
빠져나올 수가 없을 것 같다.
둘은 오구굿에 대해 의논했다.
그의 한을 풀고 저 세상으로
완전히 보내는 굿이다.
이 굿은 약간의 경비가 들지만
신타로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여자가 이 집을 쓰면서 그를 알게
된 것은 남다른 연이었지만,
그를 적산가옥에서 풀어줘야 한다.
다시는 속계에 머물지 못하도록
영혼의 나라로 보내는 것이 그를
도울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여자도 사내의 의사에 합의했다.
사내는
큰 무당 한사람을 알고 있다.
그에게 굿을 맡기면 어렵잖게
천도시킬 것이다.
그 후 새 공간을 얻어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심령이나 영혼의 세계가
실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엄연히 일어나고 있는
이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미신이다.
샤머니즘으로 일축하기엔 체계적인
세계가 있으므로 무리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
통교通交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존재하는 세계다.
성서가 이 문제를 언급했고
활용도 했다.
영매는 중재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다.
영매의 체계가 허물어지면 빙의라는
직접 통교가 일어나고 그것은
현실로 나타난다.

여관을 나와 점심 먹으면서
시기를 연말로 잡았다.
20세기 마지막 날 그를 보내고
밀레니엄 21세기를 맞는 것이
신타로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는 20세기 격랑의 전쟁사를
통해 한 맺힌 이력을 남기면서
적산가옥 지박령이 되었다.
20세기는 그에게 엄청난 불운을 남겼다.
한 세기를 넘기 전에 그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신타로의 영혼을 집착과 연민
에서 구하는 일이일 것이다.

행사 이틀째를 맞는
굿판은 갈수록 무르익었다.
바닷가일수록 굿이 그 면목을
유지해오고 있다.
크고 작은 굿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려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네 토속신앙이
무속을 키워왔고 굿판을 이어왔다.
서민의 애환과 함께해온 굿의 진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풍어제 별신굿으로
뛰고 춤추며 가슴에 한을 풀어낸다.
바다는 때로 남정네들을 삼키기도 한다.
생업이기에 바다에 목숨을 바쳐도
또 바다에 업혀 바다를 파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닷가
사람들의
숙명이고 애환이다.
쌓인 앙금을 털어내고
내일의 희망을 기원하는
굿판이 구경꾼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재미로 남기 이전에
막연한 기대로 풍어의 연민을
풀어내는 한의 치유이기도 하다.
둘은 행사장 주변을 기웃거리며
여흥을 즐긴다.
지난밤의 다급했던 상황들을
잠시 잊은 채 평화롭고 에너지가
충만 된 사람들의 틈에 끼어 보고
느끼며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행복
그것이다. 살아있다는 것과 앞으로
살날이 더 있다는 것은 희망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내일은 늘 우리들의 기원이다.
내일의 풍어가 어민들의 삶에
더 큰 보탬이 된다면 풍어제가
갖는 의미와 목적은 크다.
행사장 외곽 각설이패의
공연도 볼만하다.
각설이패의 놀이 공연도
굿판에 버금가는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사내는 엿을 한 통 샀다.
여자는 굿판 쪽으로
마음이 끌리는 지
힐끔거린다.
여자의 속을 안다.
외유내강의 기를 알고
영매를 통한 초혼의 능력을 안다.
그것은 곧 무당에 버금가는 기운이다.
그 기를 굿판을 통해 발산하려는
의도를 알지만 한번 빠져들면
놓을 줄 모르는 집착 때문에
굿판으로 가는 것은
자제할 일이다.

여자는 사내를 끌고
굿판 쪽으로 간다.
마지못해 딸려 가지만
적당한 시점에 데려 나오지
않으면 그의 신명이 굿판을
벗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무무(巫舞)는 어깨춤이 한 창이다.
그 여자도 어깨로 장단을 맞춘다.
이번 별신굿에는 세습무들이 참여해서
굿의 정통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계를 잇는 세습무들은
무형문화재가 되어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무속들은 그 명맥을
이어 갈 것이다.
신타로의 오구굿을 생각한다.
극락천도의 오구굿은 신타로 같은
총각귀신에게는 꼭 필요 하지만
혼례의식을 치러야할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것도 미치코에게 동정을 바친 상태이기
때문에 미치코 당사자가 없는 굿이 과연
성사가 될지도 의문이다.
사내는 굿에 몰입되는 여자를
나 꿔 채어 행사장 밖으로 나왔다.
여자와 의논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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