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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희
건물 화단에 버려진
플라스틱 컵을 화분 삼아
작은 풀꽃 하나 피었다.
아무리 작아도 여름을 실천 중이시다.
비스듬히 누워 반쯤 흙에 묻힌
컵 속엔 빗방울에 묻어온 먼지가 쌓이고
이끼가 번성시킨 습기가 척박하지만
자잘한 하트 모양의 잎들이
초록 불을 놓고 있다.
아무리 여름이 넓고 무덥다 해도
초록 없는 여름이 있을까.
또 초록을 딛지 않고 꽃 필 수 있을까.
씨앗 맺는 꽃 없이 내년의 여름이
번성할 수 있을까.
트랙에 줄 맞춰 서 있는 선수들처럼
바통 이어받을 준비가 끝난 선수들처럼
식물들, 이어달리기를 한다.
그렇다고 순위를 매기거나
환호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는다.
민들레가 메꽃에, 메꽃이 쑥부쟁이에, 쑥부쟁이가 여치에, 여치가 쓰쓰쓰 난 전파 심한 가을 숲에 전하는 바통들.
서로 얼굴 모르지만
계절의 대표 식물들은 이어져 있다.
<2025 인천문단 제54집>
성영희
건물 화단에 버려진
플라스틱 컵을 화분 삼아
작은 풀꽃 하나 피었다.
아무리 작아도 여름을 실천 중이시다.
비스듬히 누워 반쯤 흙에 묻힌
컵 속엔 빗방울에 묻어온 먼지가 쌓이고
이끼가 번성시킨 습기가 척박하지만
자잘한 하트 모양의 잎들이
초록 불을 놓고 있다.
아무리 여름이 넓고 무덥다 해도
초록 없는 여름이 있을까.
또 초록을 딛지 않고 꽃 필 수 있을까.
씨앗 맺는 꽃 없이 내년의 여름이
번성할 수 있을까.
트랙에 줄 맞춰 서 있는 선수들처럼
바통 이어받을 준비가 끝난 선수들처럼
식물들, 이어달리기를 한다.
그렇다고 순위를 매기거나
환호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는다.
민들레가 메꽃에, 메꽃이 쑥부쟁이에, 쑥부쟁이가 여치에, 여치가 쓰쓰쓰 난 전파 심한 가을 숲에 전하는 바통들.
서로 얼굴 모르지만
계절의 대표 식물들은 이어져 있다.
<2025 인천문단 제54집>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성신님!
나도 바통 받을 준비를 해야겠네요.
혹시 여치가 나에게
쓰쓰쓰 전해줄지 모르잖아요.ㅎ
임기정님의 댓글
요즘 날씨를 보면서 덥다가 아닌 뜨듯하다 느껴집니다
저기서 어떻게 생명을 이을까?
자연을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서로 다른 들꽃이지만
자신의 차례를 어김없이 기다리는
나이 먹는 건 싫지만 빨리 바통터치 하였으면 합니다.
시인님 시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