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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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원
나는 언젠가 죽음에 압류당할 것이다
도 돈을 찾을 수가 어업 없어요
일상을 더 이상 인출해 쓸 수 없을 것이다
발 한쪽을 질질 끌고 창구 앞으로 다가가며
찌뿌둥한 몸으로 일어나 텁텁한 이를 닦고
초로의 남자가 어눌한 목소리로 말한다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며 우유 한 잔으로 시작하는 아침
통장이 압류되었네요
쉬는 날 천변을 걸으며 만나는 꽃과 나무들
사무적인 직원의 답변이 돌아오고
물 위에 떠 있는 오리와 물속의 잉어들
8만원 돈이 남아있는데 왜
저녁이면 공사를 끝낸 아파트 건설 현장
압류되었냐고 남자가 화를 낸다
허공에 낚시를 드리운 듯 서 있는 타워크레인의 침묵
저한테 화내지 마시고요
밤이면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크게 상처받지 않은
왜 그런지는 고객님이 알아보세요
평범한 하루를 감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날 난 만기 예금 46372000원을 찾아 46300000원을
다시 예치했고 우수리 돈 72000원을 찾았다
남자는 은행 문을 나섰고 난 순간 내 손에 쥔 돈을
그 남자에게 주고 싶었다 잠시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슬퍼하는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어떠한 압류딱지도 내 앞으론 늦게 도착하기를 바라는 사람
시원한 맥주나 한 잔 마시고픈 사람이었다.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왜 그런지는 승원님은 아시나요?
왜 우수리만 찾았는지요.
시원한 맥주나 한 잔?
제목이 무섭습니다요.ㅎ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우수리를 찾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 심부름 할 때 생긴 습관입니다
우수리를 용돈으로 받던 시절
요즈음은 가끔 와이프 심부름으로 은행 갈 때 우수리 찾아 용돈하곤 했습니다~
제목처럼 무서운 일은 제게 아주 오래도록 안 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요즘 승원씨 글이 재밌습니다
오늘 글은 두 상황이 복합적으로 믹스해 하나로 만든 ,
그럼에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는 아주 실험적인 글이지 싶네요( 이건 온전히 내 느낌)
배우고 갑니다.
우수리로 마신 맥주 한 캔 시원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