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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두 첫 번째 시집/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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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2회 작성일 25-10-28 11:20

본문

「서평」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의 경계에서




김용두 첫 번째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를 읽고


 

도서출판 상상인2025.10


                                                                                                                              김부회 시인, 문학 평론가



가. 들어가며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를 언급하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가 무엇일까? 함축, 비유, 주제, 소재, 스토리, 구성, 형상화, 이미지 등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진정성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시는 마음이 내는 소리이며,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반추해 내 모습으로 전환하여 반추해 보는 성찰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사전 그대로다. 자신을 반성하며 깊이 살피는 것을 성찰이라고 한다. 글이 가치의 옷을 입기 위해 선행조건은 생명력이다. 글자가 아닌 하나의 호흡과 온기가 되기 위해, 생명을 만들기 위해 글에 색을 입히고 감정을 입히고 풍경에 배경을 입히는 행위를 시를 쓴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성찰성省察性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삶을 두고 끊임없이 자기 감시와 관련된 속성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비판이며, 세상 모든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새로운 시선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시인의 눈을 말하는 것이다. 같은 방향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시선이나 각도, 초점의 포인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세상이다. 때론 화려해 보여도 속은 다를 것이며,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더불어 산다는 말이다. 나와 더불어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또 다른 관계를 맺거나 정리하는 것이 순리다. 시인의 눈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한다. 환절하는 계절에는 환절이 주는 의미와 각오, 한 해가 마무리되면 마무리하는 것들에 대해 시인의 예의를 다 해 정중하게, 최대한 예의 바르게 계절을 보내주는 것이 시인의 몫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우리나라의 시는 다른 나라의 정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점이 많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먼저 손 꼽을 것은 서사적이 아닌 서정적이라는 것이다. 현대시의 근간을 이루는 1930년대의 문단을 살펴보면 1. 순수 문학의 대두와 확산을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다. 박용철, 김영랑, 정지용 등이 중심이 되어 순수 서정을 꿈꾸는 시대였다. 이 시기는 언어적 기교와 형식을 중요한 시의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의 ‘향수’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서정시의 기반을 이룬 것처럼, 그러한 동기들이 모여 현대시의 발전을 이루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2. 모더니즘의 수용과 실험이다. 그 시기에 유행하던 것은 이미지즘, 주지주의 등 다양한 문예사조가 실험되거나 글에 접목되어 김광균 등의 시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던 시기이며 동시에 청록파 등이 등장하여 문단의 다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문학의 기본 틀을 잡은 선배 문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적 현대시는 더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진화하여 정서적인 안정성을 도모하게 되어 현재에 도달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용두 시인의 첫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원고를 받고 수록된 작품의 면면을 혹은 읽고, 혹은 필사하며 현대시의 근간을 이룬 서정시의 활성화 된 때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김용두 시인이 가진 시에 대한 본능적 감각이 서정에 바탕을 깔고 현대사회의 모습과 순간과 찰라등을 자신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바라본 시인의 Unique 한 감각 때문일 것이라는 심증이 든다. 부부라는 작품에서 보여주듯/ 애초에 나는/ 세상에 떨어진 행성이었다/로 시작하는 자아에 대한 근원 모를 외로움과 고립에 대한 자성의 고백. 장미의 배후라는 작품에서 보여주는 유쾌한 반전 /바람이 지난 자리/보험증권들 얼굴을 내민다/의 매력들이 김용두 시인의 시를 보는 눈이 겹눈이라는 것을 반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풍자적이면서도 진중한 글의 중심을 정확하게 베어내는 솜씨는 노련한 칼잡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배꼽을 /이제 이곳은 나의 중심 중의 중심/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화인火印 본래 이곳은 나의 주인이라는 말로 선천적 배후를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지점을 최대한 가볍게 표현함으로써 화인이라는 큰 단어를 희석하며 동시에 독자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주는 것들이 김용두 시인의 장점이다. 특별히 주목해서 본 것은 이 시집의 제목인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는 시집 제목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가 아닌, 나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는’과 ‘나도’는 아주 큰 차이를 가진 말이다. 불교의 가르침에 대비하면 소승과 대승의 차이와 같은. 내가 나에 국한하지 않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세상이 아닌, 당신과 같은, 독자와 같은, 더불어 사는 모든 관계와 같은 것에 대하여 고백하는 것이다. 시인이 가진 고유의 세상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당신의 세상을 내게 보여주는 일, 그것이 교신이다. 교신交信은 일방적 신호가 아니다. 주고받는 행위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소통이며, 공감의 나눔이다. 김용두 시인이 본 모든 것에 대하여 말로 하지 못한 것들을 글로 표현하여 당신에게 교감하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첫 시집을 발간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이 지점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 오랜 시간 시를 쓰면서 체득한, 아니 이미 몸에 체화하여 삶과 동기화된 느낌과 깨달음, 반성과 성찰의 그 모든 삶의 원초적인 부분과 지점들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글이 언술과 다른 것은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고 일정 부분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경험이 아닌, 타인의 간접 경험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경계 지점의 확장은 시적 허용의 자유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하여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하면 글의 진정성이 떨어질 것인가? 아닐 것이다. 글의 진정성은 보이는 현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현상의 배후에 대하여 자신의 시각을 가감 없이 광각의 각도로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결과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면 과연 그것이 행복일까? 매일 진수성찬에 좋은 일만 생긴다면 그것이 천국일까? 아닐 것이다. 지금 이대로, 내 사는 모습 그대로의 사회가 천국이며 행복일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속 1,000킬로 인지, 500킬로인지 알 수 없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비교할 무엇이 없다면 행복할 일도 없을 것이다. 글이 그런 것이다. 시가 그런 것이다. 타인의 잣대가 아닌, 나만의 잣대로 재단하고 가늠하며 사는 것이 대부분의 인생이기 때문에 기준점은 모두 다른 것이다. 지구는 하나밖에 없지만 지구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지구는 80억개 이상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라는 말과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은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보이는 상像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상像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시를 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용두 시인이 그렇다. 보이는 것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내게 그렇게 보인다는 것에 주목하여 세상을 보는 것이 김용두 시인이다. 그렇기에 시집 제목도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것은 이타적이지 않고 자기줌심적이지 않고 세상에 순응하고 같이 소통하고 싶다는 바램이라는 것을 이미 서두에서 밝혔다.


시인이 느낀 감정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융합할 수는 없다. 개성이 다른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의 어느 부분에서, 단어 하나에서, 스토리 한 부분에서 나와 같은 이야기와 나와 같은 감정과 나와 같은 세상의 길을 보았거나 발견한다면 그것으로 시집은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교신한다는 것이다. 강요하거나 툭툭 던지거나 희화화하여 말하거나 하지 않고 시라는 문학 형식을 빌려 그곳에 자기 가슴을 넣고, 눈물을 넣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거나 깊은 눈빛으로 말을 건네주거나 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것들을 그들에게서 받거나 듣거나 인식하거나 하며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선문답 같은 이야기지만 이런 말이 있다. 불경을 읽지 않은 사람은 불경을 쓰지 못한다는 말이다. 타인을 모르고 어떻게 자신을 알 것이며, 자신을 모르고 어찌 타인을 알 것인가? 우린 그것을 시적 교감이라는 말로 대변한다. 그 교신과 교감 속에 울컥 감동할 것이 있으면 같이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울림의 교신이다.


시적 질감은 문장의 표피에 있지 않다. 옷감의 질감은 만져봐야 알 수 있겠지만 시의 질감은 소리 내 읽거나 필사하거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어야 조금 느껴지는 것이다. 문장의 내면에 존재하는 시의 질감을 찾는 것이 시집을 읽는 일이다. 가을엔 가을의 질감을, 겨울엔 겨울의 질감을, 눈이 오는 것과 내리는 것의 차이와 같은 미묘한 질감의 차이가 시인의 개성이라는 말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폭포는 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이 승천하는 것이라는 말과 같이 다른 각도의 시선을 교신한다는 것은 삶의 시간이 서로 공유되고 응답하는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김용두 시인의 첫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는 총 4부의 category로 이루어져 있다. 각 카테고리에 붙여 둔 소제목을 보면 시집을 엮은 문장의 줄기와 주제의 identity를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 가장 처음의 소제목은 (봄날의 벚나무처럼 환해졌을 때)이며 두 번째는 (누군가에게 인연으로 태어나), 세 번째는 ( 미리내를 건너는 유성우), 마지막(숲에서는 흰 새들이 태어나고)로 마무리 된다. 생로병사의 한 인생의 모습이 그려진다. 탄생과 소멸, 그리고 희망, 새로운 절기의 시작이라는 순환의 과정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개체와 주체들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이 시집 속에는 대부분이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의 경계를 갖고 있다. 현상의 허구와 시적 질감의 실존에 대한 분명한 선 긋기를 통하여 시인의 감각을 통해 그 내면을 공유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세상 모든 것은 허상이며 동시에 실존이라는 말의 밀도와 무게를 생각하며 몇 작품을 읽고 그 감상을 통하여 김용두 시인의 전부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의 감성과 그 감성이 품고 있는 온도를 통하여 시인이 제시하는 삶의 기준점이 될 도덕적 가치와 인간 본연의 moral, 변형되지 않은 순수한 잣대를 내게도 적용해 보면 이 가을이 더 깊은 사색의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함에 바탕을 둔 시를 읽는 것은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이다. 기교와 문장의 비만화된 부속품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마치 정갈한 한 모금의 약수를 마시는 것과 같은 청량함을 주는 시집에 흠뻑 매료된다. 그것이 이 시집의 장점이다. 포장지 없는 알맹이와 같은 진국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집이다.


나. 들여다보기


애초에 나는

세상에 떨어진 행성이었다

나의 행로는 세상에 닿아 있었고

난 시간 여행자에 불과했다

내가 두고 온 우주를 그리워할 때

꿈에서 깨어났고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그때 당신은 내 머리맡에 있었고

우리는 모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내가 궤도를 향해 갈 때

당신은 보이지 않는 인력에 이끌려

내 주위를 도는 위성이 되었다

그때부터 인연의 끈으로 묶여

우리는 하나였다

비록 기억 속에서 멀어졌지만

당신과 나의 항로는 같다


「부부」 전문


시집을 펼치면 가장 먼저 읽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을 읽고 시를 읽으면 시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지며 시인의 스타일과 문체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다. 그다음은 가장 첫 번째 작품이다. 잘 된 작품을 기준으로 맨 앞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하고 싶은 말과 관심사를 내포한 작품을 가장 선두에 두기 마련이다.

김용두 시인은 (부부)라는 작품을 첫 작품으로 올렸다. 글의 핵심은 나와 당신이라는 것의 형성 과정이다. 부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하나의 행성이다. 어떠한 인연으로 인하여 부부라는 관계로 맺어지고 그 관계가 지속되어 현재까지 이르렀다. 작품 일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궤도를 향해 갈 때

당신은 보이지 않는 인력에 이끌려

내 주위를 도는 위성이 되었다

그때부터 인연의 끈으로 묶여

우리는 하나였다


「부부」 부분


내가 삶의 궤도를 향해 멈춤 없이 가고 있을 때, 당신은 내 주위를 도는 위성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불가분의 관계라는 말이다. 서로의 중력에 의해 하나는 항성이 되고 하나는 위성이 되어 영원이라는 시간을 맴도는 별과 별. 그 관계는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간격을 유지해야 성립되는 관계다. 항성 혹은 위성의 중력이 더 하거나 덜 해지면 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주어진 관계의 설정. 그걸 말하기 위해 시인의 결구는 /당신과 나의 항로는 같다/라고 매듭짓는다. 다른 각도로 보면 사랑하고 존경하고 이해하고 신뢰해 달라는 부탁이며 당부다. 어차피 우리의 항로가 같다면, 내가 항성이고 당신이 위성이라면 물리학적 법칙에 따라 헤어질 수 없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하나의 항로를 향해 유영한다는 마음으로 부부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는 자기 독백이면서 고백이다. 나의 말이면서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부부라는 관계에 대한 설정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허공에

돌멩이를 매달아 놓았다

더 단단하고 완벽한 것에

마음을 두었다

바람이 거칠게 드리블을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폴-싹 날아온 새들

못질을 해대며 안을 넘봤다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 잠갔다

밤과 낮이 교대로 담금질을 했다

아픈 응어리들이 푸른빛을 내다

곪아서 시취 냄새가 났다

상처들은 상흔문신이 됐다

무더위에 산통에 시달리다

날 선 바람이 탯줄을 잘랐다

유성처럼 궤적을 그리며

땅으로 박혔다


「모과나무」 전문


이 작품에서 김용두 시인의 모과는 무엇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형상화하고 비유하였는지 배후가 궁금해진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 할 것처럼 /허공에 돌멩이를 매달아 놓았다/라고 한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열매라는 말이다. 모과를 맺은 나무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무언가를 품고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바람이 불거나 새들의 못질에도 자신을 담금질하며 곪아서 시취 냄새가 나도록 지켜야 할 그것이 모과라는 자식이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 못 생기고 볼품없는 모과지만 모과나무에는 그 어떤 열매보다 달콤하고 잘생긴 자식일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말한다. 혹은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다. 산통에 시달리고 날 선 바람이 탯줄을 자르고 궤적을 가르며 땅에 떨어져 박히는 신세가 될지언정 품에 품고 살아야 할 것이 자식이라는 관계다.


더 단단하고 완벽한 것에

마음을 두었다


「모과나무」 부분


어느 부모가 더 단단하고 완벽한 것에 마음을 두지 않을까? 누구나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결국 모과나무에 매달린 것은 감이나 사과가 아닌, 모과다. 세상은 모두 동일하지 않다. 감은 감대로 사과는 사과대로 모과는 모과대로 삶의 그릇이나 용도가 따로 있다. 내 품에 감이 있다면 모과인 자식보다 더 안아주고 보듬어 줄 것인가? 묻고 싶다. 어차피 허공이라는 조물주가 매달아 놓은 돌멩이 하나가 내 자식이라면,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안온한 품을 제공하는 것이 부모다. 그것이 감나무가 되었든 사과나무가 되었든 모과나무가 되었든 부모는 부모이며, 자식은 자식이다. 순리다. 김용두 시인의 모과나무의 배후에는 그런 사연이 숨 쉬고 있다. 어려운 시를 쉽게 쓰는 것이 재주다. 알아듣기 위해 쉽게 말하는 것이 웅장한 연설이다. 시는 최소한 눈치챌 수 있는 배려가 존속해야 한다. 시조와 같이 정형률에 얶메이지 않지만, 내재율을 내포하여 주제의 함의를 가미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후를 읽어내는 눈이 탁월한 것은 몇 작품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장미가 제 사후의 일에 골몰하다

보험을 들었다

(중략)

바람이 지난 자리

보험증권들 얼굴을 내민다


「장미의 배후」 부분


가끔씩 불꽃을 내며

스스로 소멸해 가기도 했다


「나무 1」


여기가 허전해질 때는 외롭게 하시면서

짝을 찾으라 하신다

이제 이곳은 나의 중심 중의 중심


「배꼽」 부분


부분 인용한 작품의 핵심을 보면 시선이 독특하다는 것과 현상에 대한 다른 각도의 초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무의 소멸과 배꼽이 중심 중의 중심이라는 표현, 바람이 지난 자리 장미가 가입한 보험증권 등등이 김용두 시인만이 가진 차별적인 시선이다. 간결함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무게 깊은 말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쩌면 나무는 땅이 쏘아 올린 우주선일지도 몰라요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날, 나는 나무들이 휘-익 휙, 신호음을 내며 땅과 교신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불안정한 대기 속에서 우주선은 심각하게 흔들리며 SOS를 치고 있었죠 끔찍하게도 나는 초록색 우주인들의 시체를 발로 밟은 적이 있어요 가끔 나도 우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구라는 행성에 불시착한 내 몸도 우주선 같은 거예요 알 수 없는 곳으로 궤도이탈을 하기 전까지 우린 삶이란 여행을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그런지 사는 일이 막막해질 때면 내 안에서도 무수한 신호음들이 시끄럽게 들끓어요 나는 어느 별과 교신 중일까요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전문


눈으로 한 번 읽으면 쉽게 이해가 가는 문장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읽고, 또 다시 한번 읽으면 이 작품이 표방하고 있는 주제의 깊은 맛이 느껴지며 모호해지는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평의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든 내 세계와 당신의 세계가 교감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나도)라는 말이 중요한 이유다. (내가)가 아닌, (나도)라는 말은 내 세계가 전부가 아니고 나만의 고립된 세계가 아니고 당신이라는 세계로 진입하고 싶은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절대 우주선이 될 수 없다. 땅과 교신하지도 않는다. 우주인은 반드시 초록색은 아닐 것이다. 내 몸도 불시착한 우주선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하게 섞어 만든 환상의 생각이며 환상의 세계며 환상의 환상이다. 하지만 그런 환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논픽션에서 픽션을 꺼내는 일, 그것을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것은 시인의 세계관에 대한 객관적 인정을 원하는 것이다. 당신의 세계도 내게 보여달라는 말이다. 우리가 주고받는 세계의 허구와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자는 말이다. 주어진 고립과 고립을 탈피하려는 부단한 시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주관의 세계에 갇히면 주관적인 병이 생긴다. 주관과 객관, 논픽션과 픽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조화옹造化翁의 섭리가 순행하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라는 것을 아마도 시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교신을 위해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각인된다. 주홍 글씨처럼. 이러한 관점은 (나목)이라는 작품의 행간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무가 셈법을 익히는 중이다


채우고 비우기를

평생 해 보지만

늘 더하기보다 뺄셈이 어렵다


늙으나 젊으나

비우지 못하기는 매한가지


추위에

이파리 한두 개 매달려 있다


「나목」 전문


비우는 것, 빼는 것, 버리는 것, 공유하는 것, 허구와 실존, 이 모든 현상에 대한 시인의 감각은 이미 뺄셈을 새로 배울 준비를 마친 듯하다. 자신만의 뺄셈이다. 이러한 시인의 경향은 다른 몇 작품에서도 반복되거나 증폭되거나 확장되고 있다.


물과

상극인 것이


가까이 갈 수 없어


궁리 끝에

자신을 대신할 아바타 보내


미지를 탐험한다


매 순간

휘-잉 휘-잉


신호음을 내며

자신을 업로드 한다


「갈대」 전문


이 작품에서도 중요한 것은 갈대와 물의 관계,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업로드하는 갈대의 모습이다. 자신을 업로드하는 이유는 하나다. 물에 가까이 가고 싶거나 물과 이야기하거나, 물의 세계관을 알고 싶어하거나다. 김용두 시인은 자신을 갈대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나목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불시착한 우주선의 우주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 본다. 왜? 소통하고 싶어서다. 갇힌 세계와 열린 세계의 접점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그 경계의 언저리에서 좀 더 인간적인 좀 더 사색적인 좀 더 종교적인 좀 더 사람다운 자신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이 긴말을 모두 줄이면 한 마디다. 성찰이다. 되돌아보고 무언가가 되어보고 무언가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깨달음 얻게 된다. 어떤 종류의 깨달음이든 흡수할 자세가 되었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작품 더 소개하면 김용두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의 결론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 밑바닥 전전하다

마음 상할 대로 상해 찾은

태화강 십 리 대숲길


이런 호사도 다 있나

초록색 군복 입은 군사들 일제히 양쪽으로 빽빽이 도열하여

대통령이라도 되듯

부동자세로 받들어총 하는 자세


이 세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헌법 조문에나 있을

모든 인간은 존엄하게 태어났다는

천부인권


나도

누군가의 앞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들어총 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전문


세상의 섭리와 순환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조망해 본다. 김용두 시인이 본 것들에 대한 시인만의 해석과 감각적인 이유로 인해 분명 나와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꽃들은 양심적이다

자기 맘대로 피지 않고

바람과 습도와 기온이 적합하여

마음에 거리낌이 없을 때

비로소 기지개를 켠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별들도 양심껏 제 밝기로 반짝이며

저보다 더 밝은 빛을 탐내지 않는다

우리도

꽃도 별도 될 수 있다


「꽃의 이유」 전문


양심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떤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이나 마음 씀씀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도덕적 의식은 보편타당한 기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동시에 인간 본성이 가진 성선설에 기반한 선과 악의 기준점을 말한다. 이러한 기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상에서 부끄러울 일이 없다는 것이 양심이라는 말이다. 김용두 시인의 꽃이 양심적으로 핀다고 말한다. 자기 맘대로 피지 않는다고 한다. 봄에 피어야 할 것이 겨울이 피지 않고, 진달래는 보라색으로 피지 않는다고 말하며 목련은 황금색이 아니라고 말한다. 계절, 생명, 이 모든 것의 순환은 정직하다. 돌연변이가 아닌 이상 환절의 계절이 되면 주어진 제 모습 그대로 생과 향기와 모습을 작년 이맘때와 같은 형태로 드러낸다는 것을 말한다. 그 꽃을 사람으로 치환해 보면 사람이 살아가야 할 삶의 본위를 알 수 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꽃의 이유」 부분


양심이라는 보편타당하고 공통의 이유가 삶 속에 같이 호흡하고 잣대가 되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답다고 한다. 당신과 나 모두에게 양심이 존재하기에 살만한 세상이라고 한다. 저마다 주어진 달란트에 만족하고 크기와 용도에 만족하며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때로는 불만족으로 인하여 불행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제 그릇만큼 산다면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여전히 그릇의 크기를 오해하며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이지 그릇은 죄가 없는 것이다. 꽃이 피는 현상을 보고 그 현상의 배후에서 삶의 궁극적인 순환과 섭리를 끌어내는 시인의 본능적인 감각이 하나의 울림이 되고 그 울림에 반응하는 우리가 소통한다. “그래, 맞아”

어쩌면 그것이 김용두 시인이 주장하는 (나도) (교신)의 어간과 어미에 해당하는 적합한 행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리대로 순응하며 살자는 말이다. 꽃도 되고 별도 되는 것처럼.


순리를 위반하거나 혹은 거스른다는 것에 일침 역시 시인은 잃지 않는다. 안병욱 박사의 말처럼 4가지 분수를 알고 지키며 살아야 하는데 간혹 바람의 전언에 넋을 잃을 때가 있고, 정신 차려보면 이미 생채기가 온몸에 퍼져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작품이 한 편이 있어 소개해 본다.


바람이 스팸문자를 보내왔다

덫에 걸린 마음이 며칠을 품자

푸른 싹이 돋았다

낌새를 알아차린 바람이 쏜살같이 다가와

세상을 주겠다고 인을 쳐댔다

브로커를 자처한 부동산 업자가

대출을 권하자

엄지손가락에 상처를 내고 출혈을 감수했다

바람이 건네준 집은 허공 위에 떠 있었다

세상은 신기루처럼 아름다웠고

밤하늘은 밤마다 별빛을 나눠주었지만

과다 출혈로 이어졌다

날이 갈수록 내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자

가족들은 높은 곳에 살아서 그렇다고 했다

어느 날

검은 구름이 우리 집을 방문하자

햇빛이 몸을 사렸다

몰인정한 구름은

핏덩이 같은 종이쪽지를 집 안 구석구석에 붙였다

여기저기 붉은 낙인이 바람에 휘날리고

밖에서는 사람들이 주문을 외쳤다

스팸문자는 빨리 삭제해야 하고

집을 지을 때는

땅을 깊이 파고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하우스 푸어House Poor」 전문


집만 가진 부자? 라고 하면 맞을 듯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자라는 수식어를 배제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만 덜렁 하나 있는 사람이 푸어라는 개념에 더 어울린다. 자신과 맞지 않는 그릇에 잠시 바람의 속삭임을 듣고 예를 들어 30평에 10평을 더 얹어 40평을 매수했다고 가정해 본다. 잠시 기분은 좋을 것이다. 세상은 신기루처럼 아름답고 밤의 별빛은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간 이유로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잦아들고 과다출혈로 인해 다른 모든 것들이 생기를 잃어가면서부터 욕심에 대한 벌은 핏덩이 같은 종이쪽지가 덕지덕지 붙고 붉은 낙인이 바람에 휘날렸을 것이다. 선택의 오류에 대한 형벌은 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로 가을 단풍처럼 번져 온통 붉은 것들의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현실적인 것에도 반성과 성찰하는 시인의 세상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경고문을 되새김하게 만든다. / 집을 지을 때는/ 땅을 깊이 파고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라는 자조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가 그런 것이다. 현상과 장르에 제약이 없다. 어떤 것이든 시의 소재와 주제가 되기 때문에 바른길이라는 기준점을 정확히 알고 궤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사회적 책무 역시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아름답고 멋진 문장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같은 크기다. 하지만 그 멋진 문장의 배후가 아무것도 아닌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며 읽고 나면 아무것도 건질 것 없는 빈 그물이 된다면 우리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쓴 것인지 허탈해질 것이다. 픽션을 논픽션화 하는 것이 시인의 재주이며 능력이다. 그것은 어쩌면 진정성의 바탕을 만드는 초석이라고 해도 무리 없는 표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둔다. 이러한 다각도의 풍경을 그린 몇 작품을 본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의 모습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가 달려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눈부시게 빛난다


때론 배경이 되어

누군가를 아름답게도 하며


「노을」 전문


때론 배경이 된다는 행간이 내 시선을 붙든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때론이 아닌, 늘 배경이 되어온 것이 노을이다. 그 노을은 노을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노을이 지는 시간과 풍경과 노을 주변의 모든 것들을 훌륭하게 묘사하는 피사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한 시절의 사랑이나, 그리움이나, 젊은 날의 열정을 기억해 내게 만들고 좀 더 나를 침착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노을에 깃대거나 노을에 기대거나 노을에 침잠하여 커피 한잔에 계절 한 잎을 담아 내가 내게 차 한 잔 대접하는 일도 가능하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노을이 되어 빛나거나 누군가를 아름답게 만들기도 하는 것. 김용두 시인의 노을이다. 비슷하지만 좀 더 다른 각도를 가진 노을을 소재로 한 작품 한 편을 인용해 본다.


바람이 뛰노는 강가는 무슨 절간 같다 강물은 납작 엎드려 오체투지로 절하며 가고 강박증에 걸린 하늘은 제 모습을 수면에 자꾸 비춰 보았다 사람들도 하나같이 강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빌었다 나도 보이지 않는 나를 애써 찾고 있었다 바람이 풍경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공중에선 가부좌를 튼 해가 부처님처럼 금빛 광채를 보내 주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저물 즘, 강물에는 소신공양하는 노을의 불덩이가 비췄고 허리 숙인 풀들은 저녁 예불을 드렸다 내일이 오고 사람들은 바뀌고, 또 바뀌어도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불멸의 사찰」 전문


소설은 더하기 예술이라면 시는 뺄셈의 예술이다.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다 쓴다면 언술에 그칠 뿐이다. 김용두 시인의 작품은 대체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글에 담긴 의미는 누구보다 깊고 무겁다. 가볍게 읽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혹은 그 이상 되새김질한 이유가 존재한다. 함축이라는 어려운 말보다 성찰이라는 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지나온 곳을 봐야 앞으로 갈 곳을 짐작할 수 있다. 내 위치가 정확해야 누군가가 나를 찾을 수 있다. 그 좌표를 그려 나가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속에 어쩌면 당신이 간절하게 찾는 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 가을의 정답을 내게 맞춰주기 위해, 정답이라는 옷을 맞춰 입고 싶다면 시집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답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다. 맺으며


얼마 전 인구에 회자한 드라마 한 편이 있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내레이션 narration 중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수채화가 되어간다. 때론 흐릿하게 보이거나 축축한 사람으로 보이거나”


대략 위 인용부호 속 내용으로 생각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이상 선명한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흐릿하게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 인생이다. 보이는 것의 이면에 웅크린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삶의 배후, 목적, 결과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익어간다는 말로 세월을 미화하고 누군가는 로맨스그레이라는 말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다. 좀 더 위축되고 좀 더 작아지고 좀 더 아픈 사람이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누구도 수채화가 되는 풍경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이미 한 시절의 열정은 가고, 들끓던 가슴 속 우물은 말라가고, 나의 청춘에 이별을 고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램프가 켜져 있는 찻집에서 나 홀로 아프지 않을 시기다. 시를 쓰는 매우 중요한 이유를 열거했다. 더 이상이라는 말이 우리의 전용 단어가 되지 않기 위해, 조금은 더 선명한 수채화를 보기 위해, 축축하지 않은 생기발랄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내게는 비록 버겁지만 시라는 여자와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져야 할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보게 되고, 봐야 할 것들을 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본다는 말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보는 것이 나이가 든다는 말의 동의어이다. 김용두 시인의 첫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에서 시인이 이미 본 것이나 볼 것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것은 보편타당한 일반 독자 입장에서 단연코 공감의 영역을 가진 울림이 있고 그 울림이 소통되는 순간을 향유하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와 교신하고 싶다.


몇 편의 작품 소개로 김용두 시인의 전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이 말하는 본질의 실체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투박한 질감과 색감, 작품의 무거운 부피 속에서 내가 너를 읽고, 네가 나를 읽는 제대로 된 communication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이 시집의 성공적인 장도를 미리 축하드리고 싶다. 맺으며 한 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김용두 시인의 삶의 철학이 깊숙하게 배인 작품이다.



바람이 불면

하늘에 씨를 뿌린다


주사위를 던지듯

확률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도 미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하늘의 뜻을 따라

최적의 결과를 내고자 한다


나는 약하므로

가장 강해지고자 한다


「민들레」 전문


+++++++++++++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서평을 읽고

감상 / 박삼숙

김부회 시인의 서평은 한 편의 평론이자 또 하나의 시집처럼 느껴졌다.

시 한 편 한 편을 단순히 분석하지 않고, 삶과 언어, 성찰과 소통의 본질로까지 확장해 나가는 서평의 깊이에 감탄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라는 말처럼, 김용두 시인의 시는 현실의 언어로 꿈을 말하고, 허구의 언어로 진실을 드러내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라는 단어 하나에 담긴 겸허한 울림,

‘교신’이라는 말 속에 숨은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소통의 갈망,

그 모든 것을 김부회 시인은 세심한 손길로 풀어내며, 시를 읽는 일이 곧 나를 다시 읽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읽는 동안 시와 평론, 그리고 나 자신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듯했다.

결국 이 책은 ‘누군가와 교신 중인 나’를 발견하게 하는,

시와 삶의 따뜻한 접속기록이였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평 잘 읽었습니다
눈에 쏙 박혀 떼어내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김용두 시인님
김부회 평론가님 수고하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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