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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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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35회 작성일 25-11-05 04:12

본문

독버섯 

                                  /장승규



황혼녁
길가에 갓 쓴 독버섯 하나—
노을에 비친 내 그림자


살수록 언뜻언뜻
내 안에 더 독한 생각이 돋는다


독버섯은 

독을 더할수록 더 화려해진다

버섯대는 내 그림자만큼 길어진다


그저 입 밖으로 새어나가기만 해도

세상이 저주할 이 맹독—
어쩔 수 없어
그냥 헛웃음으로 덮어 둔다


내 안에 돋는 이 독한 생각—

그림자처럼

끝내 떼어낼 수 없는 

나의 한쪽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09.11)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버섯〉 감상문

장 승규 시인의 「독버섯」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정직하게 응시한 시다.
길가에 홀로 선 독버섯의 이미지로 시작되는 이 시는,
자연의 한 장면을 빌려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맹독’—즉,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과 욕망의 그림자를 투사한다.

첫 연의 “황혼녘, / 길가에 갓 쓴 독버섯 하나— / 노을에 비친 내 그림자”는 이미 시의 핵심을 압축한다.
독버섯과 ‘나의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외부의 자연과 내면의 심리가 서로를 비춘다.
여기서 독버섯은 단순한 독성 식물이 아니라, 살아오며 쌓인 한 인간의 어둠과 상처, 그리고 세상에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내면의 진실이다.

시인은 “살수록  언뜻언뜻 / 내 안에 더 독한 생각이 돋는다”라며, 나이 들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돋아나는’ 독을 고백한다.
그것은 인간이 성장과 함께 얻는 지혜의 그림자이자, 세상에 대한 체념의 산물이다.
이 독은 해를 끼치려는 의도라기보다,
억눌린 감정의 변형된 형태이며, 시인은 그것을 “헛웃음으로 덮어 둔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자기방어적 가면을 드러낸다.

“독을 더할수록 더 화려해진다”는 대목은 시 전체의 중심 은유로, ‘독’이 곧 ‘아름다움’으로 변환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인간의 내면에 숨은 독은 비록 위험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삶의 깊이와 예술의 진실을 낳는 원천이 된다.
화려함은 외적 장식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며 피어난 미학적 변증법이다.

마지막 연에서 “그림자처럼 / 끝내 떼어낼 수 없는 / 나의 한쪽”이라 한 구절은 시를 완전히 닫는다.
독은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일부임을 인정하는 통찰이다.
시인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 수용의 태도 속에서 시는 어둠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둠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존재의 겸허한 자세로 나아간다.

결국 「독버섯」은 ‘악’이 아닌 ‘인간’을 말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살지만, 그것을 자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성찰의 문턱에 선다.
시인은 그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고, 황혼빛 속에 선 독버섯처럼, 자신의 그림자를 똑바로 응시한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용기에서 비롯된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oisonous Mushroom
                                      /Sankei Jang


At dusk,
a poisonous mushroom with a cap by the roadside—
my shadow reflected in the sunset.

As I live on, now and then,
a more poisonous thought sprouts within me.

A poisonous mushroom
grows more splendid as its poison deepens;
its stalk stretches as long as my shadow.

If it even slips past my lips,
the world would curse this venom—
I can’t help it,
so I cover it with a hollow laugh.

This poisonous thought sprouting inside me—
like a shadow,
it’s a part of me
I can never tear away.

(From the study in Johannesburg, Sept. 11, 2025)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려한 독버섯에 끌려
너도나도 따 끓여 먹다가
사망한 사건이 나 병원에 실려 간 사건
티브이에서 종종 본 적 있습니다.
너무 독해도 안되지만
너무 야들야들하여도 안 되는
중간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미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잉?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덧글 달려보니 밑에 시감상이 쫘 -아악 ^^
줏대없이 수기 생각은 옅어지고 감상편에 스르르  녹아들었습니다
잘계시지요? 못뵈서 아쉽아쉽입니다 ㅠㅠ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정님! 미숙님!
시마을 정기모임에서는 못뵙고
여기서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한국에 가야지 하면서도
이러고 있네요.
너무 독한가요?
맞아요. 중간이 힘들어요.ㅎ

남제는 수기생각이 더 궁금합니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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