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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犬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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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25-12-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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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犬主


김부회


#장면1


중학교 1학년 때 짝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고3처럼 보이는 덩치에 씩 웃으며

돼지를 키운다고 했다

어느 봄날 아침, 돼지 멱을 따고 왔다며 웃는, 그

멱이 멱인지 모르는 시절

목욕을 해주고 등교한 줄 알았다


#장면 2


40년쯤 지나

돼지 곱창집에서 곱창을 먹다 지나가는 그를 발견했다

얼핏 봐도 잊히지 않는 얼굴

야! 성대야

그가 나를 보았다

느닷없이 귀싸대기를 날리는 성대

나동그라지다 저 혹시 모르세요? @@@

순간 성대의 희번덕한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아, 미안하네 오랜만이네, 노리는 놈들이 하도 많아서

성대는 그 시장통에 군림하는 폭군이 되었다

하얀 바바리에 치렁한 머리, 훤한 이마


#장면 3


깍두기 몇에 둘러싸인 속에서 어색하게 웃다

터진 코피를 닦아내며

다음에 또 보자, 연락해


귀가해 보니 양복 주머니에 구겨진 명함 한 장이 들어있다

“ 백상어 나이트 크럽, 영업상무 @@@”

정확하게 8조각으로 찢어 버렸다


#장면 4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자

예쁜 여자가 나온다 뒤이어

갓 낳은 황소만 한 개가 목줄에 묶여 따라 나온다

애완견이에요

다른 것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데

배변의 양이 궁금해졌다

견주만 알겠지


# 장면 5


멧돼지 한 마리가 정문을 나서고 있다

잘 차려입은 정장에

솟을 머리 차림

개떼들이 주변에 장승처럼 둘러있다


화면에 보이는 그가 잠시 내 친구였던 ‘성대’로 보인다

하얀색 바바리라도 걸치지

주변엔 온통 멱따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아! 멱따고 나오나 보다


개와 주인이 서로 목줄을 잡고 주인 행세를 하곤 한다


한끝은 손목을, 한끝은 목을


잡고 있는 동안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주인이다



시작노트


세상의 모든 관계는 통제와 피통제의 줄다리기와 같은 것입니다. 순수했던 어린 날의 친구가 변화하여 가는 과정을 통해 잔혹한 세상 속에서 자신과 세상의 관계가 변화한 것과 같이 우연하게 조우한 성대와의 묘한 인연과 같이 늘 상황은 변하고 비틀려가고 있습니다. 성대는 더욱 강하고 난폭한 폭력성을 함부로 행사하는 거리의 폭군이 되어 있습니다. 성대의 주변엔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졸개들이 ‘개떼’라는 이름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개와 돼지들의 축제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추종하는 것은 성대가 아니라 ‘개떼’ 자신들 인지도 모릅니다. 멧돼지는 바지 사장일 뿐. 무서운 폭군이 아니라 불쌍한 상징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개 목줄을 잡고 있는 것은 개 주인이지만 개 역시 주인의 손목을 잡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견주일까요? 견주만 알겠지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통제되고 싶어 하거나 통제하고 싶어 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정작 통제되고 있는 것은 개와 개 주인 모두입니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득권이라는 말도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자신조차 모르는 본성이 무엇일지 몸에 각인해 봅니다.


계간 POSITION 202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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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 프로필

2011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제3회 《문예바다》 신인상 /제9회 중봉문학상 대상/제12회 《모던포엠》 최우수 평론상 /제17회 《문학세계》 문학상 평론 부문 대상/가온 문학상 대상/목월 문학상/제1회 평택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상/ 계간 사이펀 2025 신인상 (동시), 호미곶 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 『시답지 않은 소리』『러시안룰렛』평론집 『시는 물이다』 외 공저 동인지 『시선』등 20여권 출간/ 계간 문예바다 편집부주간/ 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김포신문, 대구신문 시 전문 해설위원 및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 만평』『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신문 연재 중/계간 문학리더스, 삼강문학 평론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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