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들이 게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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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219회 작성일 16-06-24 21:55본문
늬들이 게맛을 알아?
동풍이 분다. 돛을 올려라.
오늘 저녁엔 눈에 가시 같은 놈 넷, 손보기로 했습니다. 흰 우럭 살이 동동 뜨는 미역국을 나눠 마시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한 놈 한 놈 살을 발라보기로
통유리로 된, 이층집, 엉덩이를 핥고 가는 헨델이 철썩거립니다. 하얀 비닐이 덮인 탁자 위, 가위가 하나씩 놓였습니다. 멋대로 쳐보라는, 나는 춤추는 망나니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K C 라고 불리는, 캄차카에서 밀입국한, 야시장 골목, 터줏대감처럼 안방 차지한 놈부터 불러냈습니다. 사지를 자르고 가면을 벗겼습니다. 밍밍한, 허우대로 한 몫 먹은, K라는 제 이름값을 못하는 놈이었습니다. 부끄럼을 모르는
다리 길쭉길쭉 날씬하고 잘 생긴, 동해 모래네 카바레에서 노는, 붉은 연미복을 입은 놈의 목덜미를 움켜쥐었습니다. 쭉쭉 뻗은, 차차차를 추던 다리를 떼어내 그 하얀 골수를 쪽 빨아 삼키고 잘린 틈새로 젓가락을 밀어 넣었습니다. 오줌을 지리는 빛 좋은 개살구. 털어놓은 비밀이란 게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나 지금 떨고 있냐? 모래시계는 지칠 줄 모르고
세 번째 놈, 이게 그래도 그중 사내다웠습니다. 박달이란 이름처럼, 비명 없이 꼿꼿했습니다. 소문만큼 속도 꽉 찼더군요. 쫄깃쫄깃 향긋한, 부드럽고 로맨틱한, 도드라지지 않는, 굳게 닫힌 뚜껑을 열고 내장을 파냅니다. 피 맛을 본, 혀는,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그래 무릇 사내라면!
계, 지갑 속사정은 두툼합니다. 1박2일, 사흘 굶은 것처럼 자르고, 째고, 까발리고, 빨고, 찌르고, 마시다 가면 됩니다. 피 맛을 본 우리의 얼굴은 붉은 게딱지를 닮았습니다. 옆자리엔 취한, 간 처진 고등어들이 숨죽고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월경했다 다시 월경한, 누렇게 뜬, 저 마지막 놈. 이건 삶아 명줄을 끊는 것 보다 끓인 지랑물에 보름쯤 담갔다, 그 쫀득한 살 맛 보는 게 최선입니다.
취한 봄밤은 게걸음으로 걷습니다. 너도 나도 개가 되는 밤입니다.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끔찍하게, 흉측하게, 잘리고 발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 번째 놈처럼 눈빛이 빛나고, 신념으로 가득 찰지는 의문입니다. 커피 향에 취한 모차르트가 흐느적거립니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호 대선배 시인님이 오랜만에 오셨네요.
영덕 대게 먹으러 가자는 소리보다도 더 반갑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오랜만에 오시면 그동안 미발표작이 많겠구나...대개 그렇게 생각하지요.
하루 10편 이상씩 게 다리보다 많게 올려주시나요?
맛있어서 불쌍한 게 요리, 배불리 먹고 집게발 번쩍 들어 환영합니다. !^^!
香湖님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만 많을 뿐 선배는 아니외다
고향 선배라면 몰라도 ㅎㅎ
써 놓은 게 없어서리 올려드릴 것도 없드래요 미안하우야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구도 그래 겸손만 하신거래요. 멈씰날라구 기래요.
향호님은 잘 쓰시고 재밌게 쓰시고 좋은 거드래요.
마이 올래주시믄 쌔싸리가 쏙 빠지게 읽어볼기래요.
왜 기리시는기래요, 가원도는 마카 잘 쓰는 분들 천지래요.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는 아이래요
사실인 것을 우짠데요
박커스님의 댓글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늘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 하세요.^^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계시지예
건강하시리라 믿고요
고맙습니더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게맛을 잘 몰라...이러고 삽니다.^^
시가....편편이 재밋고, 구성지고..가락이 좋습니다.
던지는 메시지도 한결...진중하고...
역시 경륜에서 빚어진 글은 뭐가 달라고 다른.....
잘보고 갑니다. 형님.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매 부끄럽워라
우짜 비행기 태운데요
불시착 하게 될까 겁나네요
고소 공포증도 있고 ㅎㅎ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에 오시니 그저 반갑게 인사 올립니다
게맛이야 알든 모르든 무에 중요하겠습니까? 먹다보면 아 이게 게맛이구나 하고
마시다 보면 아 이게 술맛이구나 하고,, 또 한참 먹다보면 게맛이 아닌 다른 맛으로 날아가기도 하는...
그중에 젤은 반가운 맛이 아닌가 합니다. 자주 오시길!!!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젠 밑천이 거들 났어요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글은 손 놓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鵲巢님의 댓글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호 큰 형님
오래간만에 인사올려요.......
게 맛도 맛이구요,.....쫄깃하게 당겼습니다.
스트레스는 확 날아 가쎳을 것 같아요.......
체증이 내려가셨을 듯도 하고요..ㅋ ㅋ
늘 건강하셔야 합니다. 향호 큰 형님....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찬바람 불면 포항으로 박달대게 먹으러 가자고요
내가 쏠테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