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의(授衣)*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푸른 수의(授衣)*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013회 작성일 17-05-08 10:26

본문

푸른 수의(授衣)*


성스런 행위여서 경계로 아지랑이가 울타리를 친다

산천이 푸르기 시작한 것은 수다스러운 제비 입 때문이다

이앙기 지나간 논두렁으로 콩나물 콩 모종이 제 몸보다 큰 음표로 씨줄을 느리고

산비탈 고추밭이며 감자밭이 구불텅구불텅 날줄을 건다

새벽. 밤의 홑청 한 귀를 물고 수탉이 제 엉덩이 탁탁 치다가

목을 길게 빼 비틀면 동녘이 뱀처럼 실눈을 뜬다

소쩍새가 노을을 자분자분 시침하고 나면 또 하늘 홑청이 이슬처럼 내렸다

사이사이 할미꽃, 개나리, 수국, 아카시아 꽃이 수를 놓고

불근불근 주먹 쥐는 감자 때문에 밭이랑엔 울퉁불퉁 힘줄이 서고

매미 소리 시끄럽다고 옥수수도 연신 팔뚝질이다

꺼병이도 제 아비와 갈나무 숲을 노닐며 설익은 울음을 꺼내고

시침할 실이 떨어진 부엉이 바늘귀를 꿰느라 밤을 새울 때

개구리도 새벽녘까지 개골개골 말동무를 했다

아침이면 배추가 푸른 통치마를 두르고 홍당무도 말뚝박기 놀이에 해가 짧다

새소리로 한 코 나비 날갯짓으로 한 코 뜨다 보면

어느새 씨줄은 보이지 않고 한 폭 푸른 옥양목이 된다

풀을 먹이듯 고추잠자리 먹먹히 날면

여치 귀뚜라미 쓰르라미 베짱이 기러기가 협연하듯

푸른 옥양목을 한 귀씩 물고 제집으로 당겨 들면 푸른 홑청은 팽팽하게 풀을 먹는다

새파랗게 풀 먹은 하늘에 조 기장 수수 벼 이삭들이 감사하듯 고개를 숙이면

그때야 상강(霜降)이 안수하듯 푸른 초고에 염료를 붓는다

곱지도 화려하지도 않게 은은히 채색(彩色)되는 홑청

산천은 자서 같은 여름날 푸른 채록으로 겨울을 날 것이다

수의(授衣)다.


* 수의(授衣) : 겨울옷을 준비함. 또는 겨우살이를 준비함.

추천0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연과 더불어 사시는 선생님
선하게 뵙습니다.
모두 겨울을 준비하는 수의 입니다. 선생님

별고 없어시지예......^^
건강하시고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한편으로 일년을 다 살았네
천천히 천천히 사소
그러다 밍대로 못 살드레요
그구 제비는 어디서 봤드래요
제비추리 제비꽃 아니드래요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농을 넘나들고 詩와 현실을 투과하는 모습이 흡사 축지법을 쓰는 도인 같아 보입니다
예리한 눈매가 찍어오는 먹잇감은 어느 곳, 어느 대상일지라도 황홀한 잔칫상이 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형님!!!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비의 수다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온통 진초록이네요
바쁘신 중에도 시의 집도 단단하게 잘 지으셨습니다

Total 799건 5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99
호미를 걸며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3 10-27
598
카톡 댓글+ 10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10-25
59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1 10-25
596
바깥 댓글+ 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1 10-22
595
사랑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1 10-19
594
나비의 잠 댓글+ 3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10-18
593
의암의 저녁 댓글+ 2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10-16
592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3 10-13
591
가을 소묘 댓글+ 4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0 10-13
590
시월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10-12
589
등대 댓글+ 4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10-11
588
철도 댓글+ 4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10-09
58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 10-05
586
손톱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9-28
585
어머니 댓글+ 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 09-22
584
골프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1 09-21
583
녹두장군 댓글+ 5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9-19
582
을숙도 댓글+ 6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9-13
581
포비아* 댓글+ 5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9-11
580
길맛 댓글+ 5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09-08
579
잡초 댓글+ 5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09-07
578
외로운 달 댓글+ 6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9-06
577
물박달 댓글+ 8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4 09-03
576
차마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1 09-01
57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1 08-28
574
사진 댓글+ 2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8-27
573
오리의 계절 댓글+ 5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 08-25
572
눈물 댓글+ 5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 08-24
571
자지산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8-23
570
콜롬보 댓글+ 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8-22
569
사잇 길 댓글+ 6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8-15
568
낚시 댓글+ 6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 08-14
567
굴절학 개론 댓글+ 10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8-13
566
붉다 댓글+ 4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 08-12
565
소멸 댓글+ 8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 08-12
564
입추 댓글+ 4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8-11
563
동그란 일 댓글+ 7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8-08
562
양귀비꽃 댓글+ 6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 08-08
561
밑 줄 댓글+ 12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8-07
560
무렵 댓글+ 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1 08-05
559
능소화 편지 댓글+ 6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2 08-03
558
바다 냄새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2 08-02
557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2 08-01
556
내일의 날씨 댓글+ 7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2 07-28
555
깃들다 댓글+ 10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2 07-25
554
황혼이별 댓글+ 1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3 07-25
553
투명한 벽 댓글+ 11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3 07-25
552
타래난초 댓글+ 11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1 07-22
551
죽음은 차변 댓글+ 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07-22
550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2 07-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