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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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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04회 작성일 17-06-21 23:25

본문

돌을 웃기다

 

 

  성영희 

 

 

 

  웃음 한번 웃는데 천년이 걸리는 얼굴을 보았어요 

  오래전 사람들은 저 웃음을 화난 얼굴로 기억 하겠지요 이끼를 아시나요 투박한 표정 하나 웃게 하려고 정 붙일 데 없는 돌을 기어오르는 녹음의 손가락들, 눈비바람볕 온갖 꽃들이 살랑거린다 한들 손가락 간지럼만 할까요 석상 발끝에서 생겨 몇백 년씩 기어오르는 이끼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돌이 웃을 생각을 다 했겠어요 그저 스쳐 지나는 것들에게 공을 돌리기엔 돌의 미소가 참 묵직하지 않나요 


  이쯤이면 저도 표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오래 지키면 부릅뜬 마음도 가물가물 사라지고 말까 봐 돌부처도 살살 발가락을 움직였을 거예요    

  내 얼굴에는 얼마의 시간이 살고 있는 것일까요 어느 간지럼을 출발해서 지금 막 도착해 있는 웃음 하나, 생각해보면 오래전에 잃어버린 나의 다른 이름은 아닐는지 돌아갈 궤도를 생각하면 표정 하나도 함부로 고쳐 짓지 말아야 해요

 

  양지바른 무덤 옆에 햇살 찡그리듯 웃고 있는 석상이 있어요 몸이 무덤인지 무덤이 몸인지 한자리에서 천 년, 자심(慈心)이 흘러 눈꼬리가 흐릿해요

 

 

 

 

2017 <서정시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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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부드러운 내공이네요. 서정성은 시를 견인하는 뿌리겠는데
그 뿌리가 지각을 뚫어 반대편 지구에라도 닿을 듯.
무생물의 미소 때문에 가히 소스라치겠습니다.

새 키우시느라 애로가 많으시더라도 꼬박꼬박 답글 하시길.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년을 공들여 미소를 들여놓은 것은 아마 조각이 다는 아닐 것입니다
뿌리로부터 끌러올린 수액이 줄기와 가지를 타고 잎으로 번져가다가 향기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무생의 돌을 웃기게 한 것, 그 慈沁이  시인님의 마음과 닮은 것 같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시인 시로 돌부처도 너털 웃음이겠네요
아름다운 주변은 시로 승화하는 요술도 부리나 봐요...건강이 그대 곁에...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투박한 웃음에 햇살 한 줌 뿌리고 가신
활연님 고맙습니다.
님의 출연으로 동인방이 파랗게  출렁여 즐겁습니다.
늦은 답글 용서하소서^^

돌을 웃게한 자연을 닮고 싶어
새들과 재잘거리는 날들 입니다.
하물며 돌부처도 웃는데
경직된 시간들을 살아온 반성이라고  할까요.
미소가 참 아름다우신 이종원 시인님
그 미소 역시 물들고 싶어요^^

무더운 여름 잘 건너고 계시지요 최정신 선생님.
오랜만에 천둥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 설치는 밤이 소녀적처럼 설레네요.
선생님의 밤도 싱그러우시길 빌게요^^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두르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고 그 모습처럼 시 또한 찬찬하게 깊게
끌고 가시니 저도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 많이 배웁니다
무덤이 몸인지 몸이 무덤인지에 마음이 오래 머물고
돌을 웃기다니요, 그 발상에 무릎을 칩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

시인의 상상력이 발칙하군요. 태초에나 한번 웃었을 돌을 다시 웃기려 하다니. 웃기는 자장면이라는 능청이 있듯이 가능할 듯도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웃기는 걸까요.

그래서 보니 푸르스름한 스란치마 나풀거리는 이끼 처녀가 등장하네요. '녹음의 손가락들', 무슨 해괴한 정반합인가, 죽 쑤고 메주 띄우고 物物을 顯身하게 하는 솜씨!  (나라면 돌을 웃기려고 정과 해머를 준비할 것입니다. 쇠모루에 눕히고 앙다문 입꼬리를 꺾으려 쪼아댔을...) 알고 보니 가공할 비법은 다름 할 것 없이 '간지럼'이군요. 이 지점에서 나는 발바닥이 무척 소문 없이 느닷없이 가렵습니다. 시가 내 몸으로 전이되는 순간?

'눈비바람볕 온갖 꽃들'도 겨우 '썩소'나 짓게 할 것인데 이끼 처녀의 호작질에 자지러질 돌이라니, 아니군요. 가만히 웃는 듯 마는 듯 그런 미소로군요. 거참, 이 정도 살갑고 모호한 짓이라면 돌도 온갖 기척과 표정을 집중할 수밖에. (흐린 기미로 천둥과 우레를 부리는 솜씨의 섬세함과 미려함 때문에 나는, 독자는 문장의 지문이 눈동자에 박힐 때마다 등골에서 전류가 찌릿찌릿, 이내 감전되고 마비되겠는데)

관찰과 서정이 서정적 자아의 내면으로 스미는군요. 교묘하게 친절하게 부드럽게 확장하는 솜씨 또한 천의무봉입니다. 각성이 '표정'으로 '어느 간지럼에서 출발해서 지금 막 도착해 있는 웃음 하나', 아마도 이 명문은 돌에서 캐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울물이 흘러도 서로 전혀 다치지 않고 심곡을 부드럽게 만지며 흐르는 문장입니다.

'표정 하나도 함부로 고쳐 짓지 말아야 해요', 이 문장은 너무 다정해서 이런 말 하는 입술을 오래 보고 싶다는 충동조차 드네요.

마지막 연은 그냥, 며칠 동안, 몇 년 동안, 혹은 한평생 사모를 앓듯 아무런 말 없이 쳐다보고 싶네요. 오마이 갓 쓰고,

서정 미학이 이렇다면, 난해도 뺨치고, 불편도 다리 걸고, 무슨 레알 아방가르드인지, 포스트모더니즘의 포스도, 그 거만한 폼들도 무릎 꿇고 절하라는 말인듯싶네요. 저는 이 시를 감상하다가 난처해서 샤머니즘이나 토템이즘이나 주술적으로, 구호를 외치겠습니다. 와 심봤다,의 다른 방언 나마스테~~!!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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