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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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216회 작성일 17-07-04 12:35본문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 허영숙
내가 태어나고 심었다는 석류나무
허벅지에 살 오를 때
석류나무도 몸집을 키우더니 어느 날은
가지마다 석류를 매달기 시작했다
첫사랑의 감정에 대해 알아차릴 때부터
나도 한 그루 석류나무가 되었다
낮과 밤, 응달과 양달을 고루 들이는 동안
나도 익고
석류나무도 익을 만큼 익었을 때
잘 자란 마음의 살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한 시절의 찬란도 무궁은 아니어서
신맛 단맛 고루 들이며 꽃 매단 날 만큼 구불구불 휜 몸뚱이
새로 심었다는 젊은 대추나무 사이에 버티고 있어도
이미 경건한 우주를 이루고 있다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아직도 물오르는 몸
실한 핏빛 열매들의 흔적
그 꽃자국들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집의 시 한 편으로 숙제를 합니다.
비도 내리고 천둥도 치고 요란하고 습한 날들이 지나고 있습니다만
파릇파릇 살아나는 것들이 있어 견딜만 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신 시집에서 달콤시콤하게 읽었던 향을 떠올립니다
나와 석류나무, 세상에 심어져 살아가면서 모른 듯 지나쳐갔지만, 어느새 세월속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석류나무는 달콤 쌉싸름한 인생과 분명 닮았습니다
늙어서도 물을 퍼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을 내어 또 내어주는 그 오묘한 맛을 사람들이 향기요, 시인님의 향기로 읽겠습니다. 동인방을 밝혀주시니 더욱 환합니다. 자주 주시면 더 향기롭겠고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시절의 찬란도 무궁은 아니어서...
내게도 추억 한 구루로 자라던 석류나무...
어머니의 정원에 심겨있던 석류나무를 데리고 왔지만
야생이 집생이 되기 쉽지 않았죠
젊은 숙의 석류나무는 아직도 물 올려 우주를 매달고 있으니 부럽군요
새콤달콤한 시로 더위를 식혔네요
박일님의 댓글
박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흔적, 꽃자국......
반갑습니다.
한참 머물다 갑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류를 읽으며 그 속 그 속에서
시가 제 철 맛나게 익어간다는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도 피어나야 할 진행형의 삶을 느껴봅니다.
죽는 날까지 천명을 다하는 완숙한 경지에 오른 화자의
성숙함과 아름다움이 빛납니다.^^
또한 삶에 대한 애착과 긍정을 보고 갑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노라니 물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듯.
그러나 천천히 내려가고 싶은 활강입니다.
예리가 없어도 베고 들쭉날쭉 돌멩이가 없어도
발목이 잡히고 그러다 땅에 닿으면 무릉에
이르렀다 싶은 문채(文彩)입니다. 시가 심성을 닮는
건지, 심성이 시를 옮기는 건지. 긴[長],어미 되시고
새침 발랄해지신 것 같은데, 시는 여여합니다.
나는 몹시 늙었는데, 어느 지점에 붙들린 그대로
文의 凊淸이 고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