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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고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78회 작성일 17-07-25 16:59

본문

상쾌한 고문

 

 

 

취조실은 조금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아늑한 연분홍 조명 탓인지 조금 따스하기까지 한

무엇부터 털어놓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슴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는 비명부터 뱉었다

 

취조실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고문관은 당연하다는 듯 개의치 않았다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고

무엇에 대하여 집요한 추궁도 없이

다만 마디를 늘이고 근육을 풀어놓을 뿐

스스로 자백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

 

울퉁불퉁하던 보도블록을 다시 반듯하게 정리해 놓고 비분을 물어보듯

얼핏 보아서는 누가 누구를 고문하는지 알 수 없다.

깊고 짧은 기압과 자백만 간간이 이어질 뿐 암실로 침묵만 둥둥 떠다녔다

 

고문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고문관의 뼈가 나의 살을 찢고 들어왔고

퉁겨지는 나의 뼈가 고문관은 물컹한 살을 파고들었다

하마터면 고문관의 능숙한 솜씨에 첫사랑을 불끈 털어놓을 뻔했다

당황한 고문관도 당황한 듯 자신이 뱉은 기압을 주섬주섬 챙겨

자세를 바꿨다

 

이제 오장육부는 내 것이 아니다

고문관의 춤사위에 맞춰 스텝을 밟고 있다

손가락이 두개골을 뚫고 들어와 기억의 아픈 버튼 하나씩

삭제하고 있다

늑골 아래 숨었던 버튼마저 찾아 끈다

고드름처럼 역으로 자라던 기억들이 모두 사라진 머릿속으로

작은 신음이 메아리로 되받아치며 돌았다

 

고문관이 원했던 것이 나의 통증이었는지 몰라

구석구석 알뜰하게도 털리고 보니 구름 위로 몸이 뜬다

이제껏 챙긴 것이 너무 많은 고문관의 걸음이

비틀거리고 있다




2017 6  발표시

추천0

댓글목록

김선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석구석 알뜰하게도 털리고 보니 구름 위로 몸이 뜬다/
들고 있는 것보다 놓는 것이 힘들지요
다 털렸으니 가뿐하겠습니다
연일 폭염이 고문을 하는군요
쨍쨍한 볕에서 텃밭 농사 짓느라 수고 많습니다
더위에도 시를 놓지 않는 오시인님
화이팅 하세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문중 상쾌한 고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날씨가 더운게 아니고 뜨끈합니다
건강 꼭 챙기셔요 꼭이요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상쾌한 고문에 동승하고 싶어 뒤늦게 들어섰습니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잠시 눈치를 보고 있지만, 곧 동공이 확장되는 순간
상쾌함이 폭죽처럼 터져오지 않을까 기다려 봅니다. 형님!!! 오랫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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