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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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095회 작성일 17-10-24 17:47본문
그때나 지금*
그때는
살강에 얹어 놓고 조금씩 꺼내 먹었다
가끔은 술집 구석에 누설하기도 했다
꽃눈 트이는 봄날을 걸어 흰 꽃비 뿌리는
겨울에 그쳤다 푸른 쇄골을 보았고
살정이 붙었는데 압정 같은 거였다
한낮 숲에서 새소리를 듣거나 사라진 골목을
찾거나 포플러 마주 선 길을 걷기도 했다
백년 동안 걸어갈 길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모퉁이를 돌아서면 너는 깜깜하다
지금은
편린이 모여들면 물살 차고 나갈 힘이 생긴다
기억은 부레처럼 떠올라 가볍다 달음박질도
숨차지 않았다 강기슭이나 해변에 닿기 위해
품새를 익히기도 했다 왠지 그늘을 들키지 않으려
잔털 돋은 감정은 숨겼다
척후斥候를 보내고 마음은 늦게 도착했다
몇 라운드를 뛰어야 마음이 편해질까, 링에 두 팔
걸친 선수처럼 불콰한 감정을 다스리기도 했다
늙은 복서는 감정을 번복하지 못한다
노련할수록 지치는 법이니까
그때나 지금
반쪽 달 기워 수레바퀴를 걸기도 했으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두발짐승의 겹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거꾸로 매달려 발가락으로 피를 보내는
동굴박쥐처럼 눈이 붉다
* 홍상수 감독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차·변용.
댓글목록
박커스님의 댓글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 형,,,반갑습니당^^
갈 하늘처럼 깊고 또
깊었던 시간들이 물처럼 흘러가네요.
마르면 안되는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란...이처럼 곱씹는 마력이 있어야 하는데...
노련하나 지치지 않는 깊은 내공이 지금지금...
가을이 성큼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 주려 하네요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분 얼굴 뵈어서, 덤으로 제가
며칠은 젊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