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는 귀가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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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035회 작성일 17-11-03 11:43본문
물소리는 귀가 밝아
성영희
폭염 속으로 계곡이 몰려온다
밤 깊어 잠결로 들어온 물소리는
발끝에 첨벙거리는 구름을 데려왔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한 물길로
합쳐지는 소리를 데려왔다
물의 본거지는 얼마나 고요한 곳이기에
쉬지 않고 쏟아지는 소리들을 흘러 보내나
머리맡을 지키던 별들도
새벽에야 이불을 말아 자리를 떴다
물의 순서가 뒤집힌 지난밤
어느 악몽에 떠내려 온 신발인지
다 헤진 구두 한 짝
계곡을 가로질러 돌멩이에 걸려 있다
먼 마을의 남자가
낯선 물길까지 찾아와 길을 놓쳤다는 이야기가
퉁퉁 불어 이름마저 놓친다
후두둑후두둑 새벽 비 돋는 소리
물소리는 귀가 밝아
청력으로 범람한다
어떤 소리가 저렇게 무성해져서
저희들끼리 입을 만드는가,
흐르는 물에 발을 넣어 보면 여름이 차다
문득 잠에서 깨면
조금씩 새어 든 물이 요의를 일으킨다
2017 소금시 < 귀 > 시와 소금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 행부터 저를 끌어당기는가 싶더니
마지막까지 숨 가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시가 간이 맞아 맛싯따 로
주말 잘보내시고요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물의 본거지는 어디일까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해봅니다
참 좋은 시는 읽고나면 흐뭇해지곤 한답니다
가을처럼 이쁘게 나이드는 성시인님
반가웠어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시인의 글감에선 고요 속에 잠긴 소란이 우뚝하단...
서술은 쉽게, 사유는 깊게,
시인의 가을은 또 얼마나 멋진 시가 잉태되고 있을까?
이명윤님의 댓글
이명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내공이 깊은 작품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오~
문정완님의 댓글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늘 깊은 사색을 통한 시선과 발견에 입을 벌리고 갑니다 건강하소 항상.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시인님의 귀가 밝아 물의 그 깊은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 귀 기울여보지만 간헐적으로 버퍼링이 심해서 잘 연결이 안되던데.....
많이 읽다보면 제 귀도 열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