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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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767회 작성일 18-04-05 10:49본문
쉘부르의 우산 / 조경희
미아삼거리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어디서 비를 피해야할지 잠시망설이다
쉘부르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창 너머 주유소 앞 우산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고 있다
한 쪽 다리를 저는 청년이 다가가 우산이 되어준다
강물같이 흐르는 시간의 버스를 타고
기억 너머 흑백의 시간으로 거슬러 흐르다보면
쉘부르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있고
젖은 내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던,
사랑을 노래하던 쉘부르의 우산은
언제부턴가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비를 맞으며
어둡고 차가운 시간 속으로 멀어져간다
버스는 정체되어 교차로에 멈춰서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한켠 젖은 추억의 영상을 떠올리듯
차창 밖 내리는 비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면서 차는 다시 속력을 내고
빗길을 달려간다
비내리는 쉘부르의 통기타 가수는
목소리를 잃은 지 이미 오래이고
늙은 디제이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팔아야 할 추억의 한 페이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우산장수 마저 골목에서 사라져버린
쉘부르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우산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내리는 비를 향해 버스가 달리면 달릴수록
쉘부르는 점점 멀어져 가고
한 여자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홀로 걸어가고 있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 오는 날..버스.. 유리창..
어떤 시간, 기억으로던
흐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늑한 손길이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피랑님 말씀처럼 공감이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은님
여기 한 남자도
우산 없이 빗속을 걷고 있어요.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분들 감사합니다
어제는 벚꽃 만개한 하늘에서 눈이 흩날리더군요
꽃샘추위에 건강하시고요
동인모임에서 뵙겠습니당 ^^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젖은 내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던// 그 우산
잘 지내시죠..~~ 봄이네요.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산을 펴들고 나풀나풀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중학교 때 해본적이 있지요
비오는 날의 쉘브르행,
우산 없는 그 여자가, 나이거나 또는 경희님이거나^^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록, 허영숙 시인님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네요
모임에서 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