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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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51회 작성일 18-04-22 00:24본문
구들장
성영희
어린 날 아버지는 마냥
뜨거운 사람인줄 알았다
쪼그리고 앉아 불꽃을 빨아들이던 모습은
막 사그라져 가는
별똥별을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 기거하시던 방의 구들장을 헌다
연기 새지 말라고 발랐던 진흙
가뭄처럼 갈라져 있고
무병장수를 빌었다는 굵은소금의
부스러진 각질을 본다
뜨거운 불 빨아들이고
흰 연기 뱉어 낼 때마다
긴 한숨의 필터를 빠져나오던 구름송이들
구름송이를 따라가다 보면
등 돌린 달의 잇자국이 있다
눅눅한 날이면 매운 연기 새어 나오는 날 많았던 구들장
온갖 연기 다 마시던 방고래처럼
그 뜨거운 불길 묵묵히 견디던 구들장처럼
몸 안에 난 불길 다 닫아걸고
천천히 식어간 아버지 손끝에서
노르스름한 별똥별의 후미를 보았다
타다만 장작이 구들장을 받치고 있다
검게 그을린 돌들
화상 입은 불길의 고래는
구들장 다 헐어도 여전히 매캐하다
매운 연기의 잔영처럼
방 한 칸의 기억이 느리게 식어간다
아라문학 2018 봄호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 손끝에서
노르스름한 별똥별의 후미를 보았다
잘 지내시지요..//
내 손끝에도 그 언젠가 그 노르스름한 후미가 새겨져 있었지요..//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아랫목의 기억에
아직도 아버지는 따스하게 자리하고 있군요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
덕분에 힐링이 됩니다
자주 좀 올려주세요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돌을 웃기다>에서도 많이 감탄하였지만..
이 시에서도
미세한 결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확장시켜나가는
남다른 집중력과 사유가 부럽고,
배울점이 많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론서 중간에 있는 한 편을 고스란히 읽는 것 같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방 한 칸의 기억처럼 그대가 그립다오
잘 지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