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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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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47회 작성일 18-11-09 08:33

본문

조화

 

이명윤

 

 

이화공원묘지에 도착하니

기억은 비로소 선명한 색채를 띤다

고왔던 당신,

묘비 옆 화병에 오색 이미지로 피어있다

계절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공손한지

작년 가을에 뿌린 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울며불며 한 날들은

어느새 잎이 지고

죽음만이 우두커니 피어있는 시간,

우리는 일렬로 서서

조화를 새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도중에

어린 조카가 한쪽으로 치워둔 꽃을 만지작거린다

죽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한 거다

세월을 뒤집어썼지만

여전히 부릅뜬 웃음을 본다

우리는 모처럼 만났지만 습관처럼 갈 길이 바빴다

서로의 표정에 대해

몇 마디 안부를 던지고 떠나는 길

도로 건너편 허리 굽은 노파가

죽음 한 송이를 오천 원에 팔고 있다

차창 너머로

마주친 마른 과메기의 눈빛

삶이 죽음을 한 아름 안고 있다,

한 줄의 문장이 까마귀처럼 펄럭이며

백미러를 따라온다

살다가 문득

삶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한 순간이 있다

그런 날은 온통

흑백으로 흐릿해지는 세상의 이마를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싶은 것이다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화와 시들어가는 삶, 그리고 죽음까지 세 가닥이 갈래로 잘 짜여 하나인 양 엮어놓으셨습니다. 뭉클한 기운이 정수리를 찍고 아래로 내려가 단전을 후려칩니다.
마른 과메기의 눈빛에서는 심장이 철령거렸습니다.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 시에서 울음을 격발시키는 시어들이 제 손길을 따라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런 시!!!! 제개도 울컥 토해놓을 때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공원묘지를 나섭니다. 고맙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는 아주 오래전에 쓴 시 <죽음에 대한 오독>의 퇴고시입니다.
이미 인터넷에 돌고 있어 문예지에 발표할 기회는 없지만
어색한 부분들이 있어 퇴고를 하였지요,
늘 좋게 읽어주시니 위로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여억시 살아 꿈툴거리는 저 시어들
좋은시 읽게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명윤 시인님
제 엄지를 보세요

安熙善35님의 댓글

安熙善3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음에 대한 오독이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묘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죽음은 선명한 색채를 띤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죽음은 아마도 살아있는 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 떠올리기가 아닌가 하는 짐작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묘비 옆 화병에 이미지로 피어있다라는 진술로 인해 죽음의 실체(고인)와 더불어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물인 꽃이 동일하게 합쳐지는 느낌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시인에게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서는
다름이 없는 이유인 듯 합니다.
그리하여 어린 조카가 한쪽으로 치워둔 죽음을 만지작 거릴 수 있는 것일 터이고
나아가 죽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지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죽음의 눈을 편안하게 감겨 줄 수 없어 미안했다는 진술로 저의 독법을 다소 혼란하게 합니다.
이것은 분명 고인에 대한 또는 죽음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꽃에 대한, 꽃이란 피었다 지는 속성을 가진 것이기에
특히나 화병의 꽃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조화가 아니라 생화라면 필연코 언젠가 시들 것이 명확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죽음의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물임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생을 부여해 버린 것으로 읽히는 것입니다.
고인의 죽음, 또는 죽음에서 독립될 수 없는 것이 독립되어 이 시의 죽음의 의미를 두 개로 분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순간, 새롭게 눈을 뜬 죽음으로 화사한데 라는 진술로 앞의 제 독법이 시인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저 혼자의 편협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것은 그 두 개의 의미가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는 고백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등장하는 노파,
삶이 죽음을 한아름 안고 있다라는 진술로 앞과는 다른 새로운 시안을 보여 줍니다.
즉 1행에서 25행까지의 죽음에 대한 진술은 피상적이고 제의적으로 파악한 오독이었다고 드디어 시인은 깨닫는 것 같습니다.
시인은 노파를 보면서 생생한 죽음의 실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듯 합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마침내 처음부터 다시 읽어가야 했다로 시를 마무리한 것으로 읽힙니다.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 정구지



<위의 감상글에 덧 붙인 희서니의 감상>

위에 정구지님의 감상글을 읽어보니
시를 정말로 정성껏, 읽으시는 분이란 느낌이 든다.

시인이 시를 쓴 보람 같은 걸 느낀다면,
아마도 이런 진지한 감상을 접했을 때가 아닐런지.

개인적 유추類推로는...
 
이 시는 분명히 '죽음에 접근하면서' 쓴 작품이다.
또한, 그 죽음을 바라보면서 죽음의 실체實體를 말하고픈,
혹은 규명糾明하고픈, 최초의 시적인 염원이 있었으리라고
여겨지기도 하고.

그것은...

이화공원묘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죽음은 선명한 색채를 띤다
묘비 옆 화병에 이미지로 피어있다,
계절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공손한지
작년 가을에 뿌린 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라고 하는, 모두冒頭의 진술에서도
극명하게 들어난다.

그런데, 곧 이어 급작스럽게 '죽음'은
죽음답지 않은 '새것'으로 돌변한다.

시에서 話者 자신도 궁금하다고 했지만,
독자 역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도중에
어린 조카가 한 쪽으로 치워둔
죽음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하며,
심지어 향기가 사라진 꽃잎들마저
<새롭게 눈을 뜬 죽음>으로 화사하기까지 하다.

'죽음'을 말하려던 최초의 시적 의도는
오히려 '삶'을 향한 발언이 되어버리고
(죽음 ->)은 즉, '죽음을 향한다는 것은 곧 삶'이란
엉뚱한? 등식等式이 성립되는데.

한 술 더 떠, 길 건너편에서는
나이도 추위도 잊은 노파가 죽음 한 송이를
오천 원에 팔고 있기까지 하다.

이쯤되면, 무엇이 죽음이고 삶인지
그 경계마저 모호하다.

결국, 시에서 話者도 '죽음'이란 게
한 번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할 '블랙홀'이 아니라는
귀결歸結에 다다르는 것 같은데.

오히려, <죽음 못지 않은 어두운 질량의 삶>을
내뿜어 대는 화이트홀이란 결론으로.

하여,

삶이 죽음을 한 아름 안고 있다
길은, 계절 너머로 접어들고 있었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죽음을) 다시 읽어가야 한다고
말한 건 아니었는지...

우리 모두에게 시인이 던지는,
죽음과 삶에 대한 커다란 화두話頭 같은
시 한 편이란 생각이 든다.

                                                                            - 희선,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는 <죽음에 대한 오독>을 퇴고한 시입니다.
암튼, 보잘것 없는 시를 깊게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먼 이국땅에서도 늘 지치지 말고 건강한 일상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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