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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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730회 작성일 19-03-14 14:10본문
연필
오영록
연필이 되고 싶다.
아무 곳에나 잘 써지고
굵고 진해 잘 보이는 매직이나 사인펜보다
조금은 흐려도 연필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겐 그저 밑그림이 되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질지라도
난 그 밑그림이었음을 만족하고 싶다.
몇 번씩 토시 고쳐 쓰던 일기처럼
오늘을 또 내일을
고쳐 쓰고 싶어서다.
한번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어야 할 것은 잊고
버리고 싶은 것은 버리며
살고 싶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것은
조금 진하게 침 발라 쓰면 되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은 조금 꾹 눌러
뒷장에 박히도록 쓰면 되는
그런 연필이 되고 싶다.
가끔 우울한 날은 손등에 올려 빙그르르 돌리듯이
짧은 여행이라도 다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연필이 되고 싶다.
너무 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런 자화상을 그리는
연필이 되고 싶다.
댓글목록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난 몽당연필은 싫어
소싯적에 볼펜대에 너무 많이 끼워썼어
그래서 싫을 것 같은데
옛 시절 돌아보는 정감은 있어
애틋하기도 하고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필, 하니 학창시절 아버지가 생각 납니다
내 생일날이면 공책 한 권에 연필 한 자루씩 우리반 아이들에게 나누워 주시던 아버지,
오샘의 시 연필처럼 살라는 당부였었나 봅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뒷장에 박히도록 눌러 쓴 그날들이 모여
오늘 날의 시인 오영록님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요
몽당연필 ~~ 요즘 애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모나미 볼펜 끝에 꽂아 쓰던 기억도^^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식이 없는 담담한 읊조림 같지만
만지면
온기가 느껴지는 시
속내의 깊이가 우물 같은 시
를 봅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담백하게 그리는 연필의 멋이 백지를 채웁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일 0,7미리 샤프를 쓰는데 시인님 시를 읽고
오늘만큼 연필을 쓰고 싶네요
침 이빠이 발라가며
잘 읽었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필로 쓰는 시, 연필의 마음,
오시인님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 시인님의 시에는 삶이라는 것의 향기가 듬뿍이라.....^^
늘......좋은 느낌과 반성을 동시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연하게 그려지는 착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