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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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05회 작성일 19-04-02 22:41본문
손가락 지휘
성영희
어느 문학 행사에 갔을 때였다.
오프닝 무대로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시작되었다.
꽹과리와 징과 북, 장구가 펼치는
이완과 긴장의 화음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장구를 치는 한 소년의
어깨가 신들린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소년을 저토록 흥분시켰는가,
소년의 눈빛은 초지일관
객석 중앙 앞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 눈빛을 따라 가니
관객들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지휘를 하는
작은 체구의 여선생
꽹과리를 두들기는 소녀도
북 채를 움켜쥔 소년도 한결같이
비틀어지거나 기우뚱한 몸짓과 표정으로
지휘 선생의 손끝을 응시하며
둥둥 무대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여선생의 작은 손에서 온갖 악기가
손가락들을 타고 뿜어져 나올 때
숨 죽인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 속으로 잦아드는
뒤틀리고 일그러진 표정들의 안도.
어떤 문장이나 시어도
그들의 연주를 능가하지는 못하였다.
2019 동서문학 동인지
성영희
어느 문학 행사에 갔을 때였다.
오프닝 무대로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시작되었다.
꽹과리와 징과 북, 장구가 펼치는
이완과 긴장의 화음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장구를 치는 한 소년의
어깨가 신들린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소년을 저토록 흥분시켰는가,
소년의 눈빛은 초지일관
객석 중앙 앞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 눈빛을 따라 가니
관객들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지휘를 하는
작은 체구의 여선생
꽹과리를 두들기는 소녀도
북 채를 움켜쥔 소년도 한결같이
비틀어지거나 기우뚱한 몸짓과 표정으로
지휘 선생의 손끝을 응시하며
둥둥 무대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여선생의 작은 손에서 온갖 악기가
손가락들을 타고 뿜어져 나올 때
숨 죽인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 속으로 잦아드는
뒤틀리고 일그러진 표정들의 안도.
어떤 문장이나 시어도
그들의 연주를 능가하지는 못하였다.
2019 동서문학 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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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연주를 하나로 잘 엮어준 눈빛!! 거기엔 신뢰와 사랑이 잘 엮어지고 있었지요.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텍스트로 연주하는 사물놀이에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시의 힘은 무성에서도 유성을 들려 줍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나
시 역시 휘모리장단처럼
저에게
둥 두둥 얼쑤 신명난 한 판 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성영희 시인님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북은 가만히 있는데 손이 신명 나면 연습이고
손은 가만히 있는데 북이 신명 나면 갈채이고
손도 북도 가만히 있으면 응시이고
때로는
소리보다 소리 보다 소란스러우면 마음이고
허영숙님의 댓글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요즘 난타를 배우고 있는데
수업하러 오는 애들 중에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있습니다
박자는 틀려도 열정만큼은 최고 인 것 같아요
시인님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섬세한 관찰의 눈,
소홀하게 보지 않는 심미안,
그것이 시를 빛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잉이 없으므로 천의무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