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아내가 라일락 나무를 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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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882회 작성일 19-04-12 08:32본문
어느 날 문득 아내가 라일락 나무를 심자고 했다
이명윤
그때 마당 나뭇가지에 얼굴이 긴 새 한 마리 웃고 있었다. 이문세. 라일락 꽃향기를 맡고 싶다고 했다. 바람에 묻어오지 않아도 버스 창가에 흔들리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라일락 향기. 혀를 둥글게 말고 라일락, 라일락,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의 라일락. 가슴이 보일락 말락 비치는 날. 꽃향기에 코를 파묻고 싶다고 했다. 봄바람이 들락날락 거리는 날. 꽃향기에 흠뻑 젖고 싶다고 했다. 저만치 가로수 그늘 줄 맞추어 걸어오는 날. 라일락 나무를 심자고 했다. 그녀가 라일락 꽃향기 따라간다. 이문세 등을 타고 구름 속으로 날아간다. 라일락, 라일락, 나는 이렇게 여위어 가는데 그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묘목 사러 간다.
-계간 『삶이 보이는 창』 2019년 봄호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를 심듯 꽃을 심고 향기를 심고 또 사랑을 심고 노래까지 심어놓으면
언제라도 어느 방향에서도 시편 한편씩은 뚝뚝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시에서 짙은 라일락 향기가 너무 강해서 저도 묘목 한 그루 사러가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호님의 댓글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일락 말락 할때 가슴이 터질락 말락..
읽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깔리는 유쾌하고도 봄스러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긍정의, 갈라파고스 군도 같은
특유의 말법이 서식하는 시들.
시와 사람이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