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도氣象圖
활연
물총새가 쏘아 올린 하늘은 높았지만 저녁의 눅눅한 기후가 처마에 듣기도 했다
낙뢰와 눈먼 새의 솟구침─
해변으로 뜨거운 발바닥을 뿌렸지만 물결무늬 지문만 따라와 겨드랑이를 긁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무른 콩테로 긁은 행성의 오줌냄새, 모퉁이 벽에 그린 누수를 자르는 가위 같았다
저물녘에는 이름이 바뀐 애인의 명부를 적었다
고찰을 고찰하면 오래 묵은 종교가 떨어져나갔다 목어가 흔드는 계절은 어느 어류도감에도 없었으나
강목을 치고 날갯죽지엔 유약을 발랐다 새들의 눈썹은 허공에 밑줄을 긋고 밤낮을 여닫았지만
어느 부두(埠頭)에서도 정염의 잿더미를 향해 무릎을 꿇진 않겠다
죽은 시인의 모던은 모던인가; 향수(鄕愁)의 방향*, 역부(驛夫)의 가위는 오늘도「원산」을 수없이 잘렀소*, 아가씨의 등에서 지느러미가 자라나는 칠월(七月),*
따위의 문장을 훔쳐 기상도에 구겨넣을까 궁리했다
목을 조르면 최후를 지리는 한 방울의 힘,
상실, 포배, 낭배─
상포낭기(期)는 뽕나무에 주름이 가고 긴 주머니에 맺힌 오장육부가 글썽이고
배꼽 밑 오딧빛 대궁이 무르익는 것이지만
문장의 수압을 견디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았다
늦은 밤
자지를 씻으면 멀건 자아가 벗겨져 나갔다
흰 보라 이는 수챗구멍,
어족(魚族)의 일가(一家)인 것을*
나는 맹독의 주문(呪文)과 낙오한 달의 저주(詛呪)를 앓다가 문장의 늪에서 순교할 것이다
* 김기림 시, 「七月의 아가씨 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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