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햇살을 심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837회 작성일 19-06-04 11:14본문
낯선 곳에서 햇살을 심다 / 이 종원
유월이 앞당겨 쏟아진 어느 날
햇살 열차에 실려 양주를 지나치다
들판이 소란스러워짐을 핑계 삼아
덜커덩 덕정역에 내려선다
졸음으로 구겨진 시야 앞
물 댄 논 벼 잎이 얼굴을 내밀었을 때
뙤약볕 아래 간지러운 바람과 맞서본다
황톳빛 먼지에 발이 빠지는 것쯤 예사롭다
논두렁이 놓친 기억 위로
놓아두었던 옛날이 부스스 깨어난다
잠자고 있는 수면에 찍어놓은 붓 자국이
개구리 울음소리같이 모여든다
적당히 작은 논바닥에서는
키 큰 기계음 대신 왜가리 몇 마리 서 있고
흥에 취한 노랫가락이 물 위로 떠다닌다
나는 맨발로 펼쳐놓은 화판을 걸어 다니고 싶고
둥둥 떠다니는 구름 사이에서 추억을 건져내고 싶다
땅속 깊이 스며들었던
지난여름이 우렁이처럼 걸어 나오면
하늘 또한 푸른 초원이 담가놓은 햇살주를 핥으며
한참이나 뒤로 물러서 있는 가을을 소환하고 싶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 내 정서와 너무 딲맞은 개구리 합주에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춤사위가 일품입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종원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님의 발자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요 ㅎ 그 정서가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련한 옛정서가 시인의 혼을 온통 앗았네요
햇살주...평범함에서 비범을 찾는 시안이 부럽습니다.
이시인의 따듯한 내면을 읽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정말 머무르고 싶은 곳, 자리하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따옴표로 따온 것을 되돌려 한장씩 넘겨 보았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햇살맞을 일 없었는데 여그서 그냥
오부지게 맞네요
열루두 맞고 절루두 욜루도 일루까지
잘 읽었습니다 이종원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은 마침 햇살을 잠시 멈추고 비가 오네요. 가끔씩 내려주는 비가 햇살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일루까지 갔으니 삼루 돌아 홈까지 내달리시기 바랍니다. 저기님!!!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자고 있는 수면에 찍어놓은 붓 자국이
개구리 울음소리같이 모여든다,
그러니까, 봄밤 개구리 울음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한 시인은
솔까말 시인도 아닌깁니다,
개구리 울음소리 배개처럼 깔고 누워 논물 위로 떠다니는 흥에 취한
노랫가락 들어보지 못한 시인은 다시 처음부터
시를 배워야 되는 깁니다. 안 그럽습니까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단 답변은 '"NO" 라고 말씀 드리고 시작하렵니다.
이 시인님의 농을 개그로 듣습니다. 오히려 제가 거꾸로 배우고 익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웃음으로 듣고 보고 할 수 있으니 제가 재미 한 구절 던져놓은 것은 맞지 않을까 합니다.
그날,잠시 길에서 벗어나 머물렀던 순간이 시의 안주거리가 되었으니 더 좋을 수 밖에요.. 감사합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종원님
나도
둥둥 떠다니는 구름 사이에서
내 어릴 적 추억을 건져내고 싶다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도 선생님께서 어릴 적 추억은 잘 건져내서 펼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 추억이란, 비슷한 것도 있겠지만 또 다르기에 주고 받는 것이 아닐까요?
속 생각 깊은 맛을 늘 음미합니다. 장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