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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전투 병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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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4회 작성일 20-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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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전투 병사의 일기

 

장진호엔 적보다 가을이 먼저 도착해

골짜기는 죄다 붉은 단풍

유난히 맑고 투명한 참나무

곱게 물이 들어 새색시보다

단정한 박달나무가 우리에게

당돌하게 웃으며 춤추었지만

햇빛에 날카롭게 반짝이는

싸리나무들은 중공군처럼

우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적군도 그것을 알았는지

수상하게 깔린 옻나무 밑으로

불쑥불쑥 총구를 내밀었고

저승처럼 덮치는 눈보라는

삽시간에 우리 진지를 급습해

소름을 털어내기도 전에

달려드는 총소리에 죽음을 품고

와르르 무너지던 폭설,

한때 적군과 우리는 붉은 단풍

시퍼렇게 쏟아지는 눈보라에 갇혀

두려운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들도 우리가 무서웠는지

장진호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우리가 함흥에 도착하고서야

그들도 제자리를 찾았다는

하늘이 파랗게 주저앉은 장진호,

전쟁이 끝나면 장진호에 손목발목

적시는 들국화처럼 살고 싶었다

하늘과 짝한 것 밖에 없는

장진호의 목숨으로 저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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