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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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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2회 작성일 20-10-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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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눈이 마주쳤을 때 

소는 웃고 있었다

 

우리 집 앞을 유유히 지나던 소,

마구간 느슨한 고삐 풀고

뒷산으로 산책 중인 웃음이었다

이장이 부랴부랴 방송을 하고

걱정이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누구 집 소여, 어찌 나갔데,

엉거주춤 신발들이 우르르 뒷산으로

올랐으나 헛일이었고

웃음은

해거름 송아지 울음소리에 자진 귀가하였다

노인네들만 수북한 이 동네서

웃는 소만 본 게 아니다

웃는 개, 웃는 고양이, 심지어

웃는 닭까지 수시로 등장했다

원체 문고리가 헐렁한 마을이었고

웃음을 쫒아갈 기력이 없는 마을이었다

잠시라도 한 눈 팔면

집 나간 입꼬리가 노고지리처럼

동네 하늘에 둥둥 떠 다녔다

 

하루는 노인네들이 머리를 맞댔다

늙었다고 무시하는 거여,

우리도 못할 거 없지 암,

동구 밖 오래된 느티나무 이파리들이

반짝반짝 광을 내던 어느 날 아침

모두들 마을을 떠났다

저들끼리 덩그러니 남은 집들을 지나가며

 

꽃단장한 전세버스가

크게한 번 웃었다



-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20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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