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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雨 또는 비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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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태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7회 작성일 20-10-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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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비

 

 

나무속에 비가 내린다 하늘은 푸르지만

나무에는 한창 비가 내리는 중이다

질퍽질퍽해진 길을 맨발로 걷는다

신발 없어도 생을 걸어가는 나무

한결같이 투정하는 소리가 없다

나무속에는 벌써 장마 졌다

흙탕물이 강둑을 넘쳐 논밭 덮치고

저승 가는 길을 끊어 버렸다

겨울과 봄의 수작이 무너져

산골짜기까지 들이닥친 바다에

돌고래가 돌아다니는지 소란하다

해마다 한 번은 폭우가 쏟아져

흙탕물이 방안에 들이닥쳐도

나무속에 내리는 비는 나무 밖으로

한 번도 넘치지 않았다

태풍이 군홧발로 함부로 쏘다녀도

밖으로 물기가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매미는 장마를 용케 알고

나무에 침을 넣어 마신다

나비도 마른데에 앉아

흙탕물을 피해 나뭇잎에 맺힌

맑은 이슬만 받아 마신다

나무속에 가랑비가 내릴 때

알게 모르게 그 밑에 서거나 눕는다

햇빛을 피해 선 곳이 강물이 출렁이는

문득 나무 밑임을 깨닫는 노루,

시방 나무속에는 여름 장마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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