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 울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시조새 울음
오랜 멍에를 늙은 소의 등에 메이고
써레질 하다보면 홍해 바다처럼
앞뒤가 환하게 갈라지다
높음을 낮게 낮음을 높게 하다보면
아랫도리가 같은 높이로 간결해지다
슬픔과 기쁨도 같은 깊이로
밀려났다 채워지는 논바닥으로
서툰 자세인양 부는 바람,
소와 나는 단지 모내기일 뿐인데
종일 굳이 해야 할 일인데
하늘과 땅이 항상 내통하며
논바닥을 체온體溫으로 데운다
써레질할수록 한 음으로 묶이는 논
아니 한 몸으로 비추는 구름,
저녁 무렵 애들처럼 개구리 울면
홍해를 밀듯 앞서가는 소
시조새 울음 섞인 목소리로
신고산 타령이나 부르다가
땀에 찌든 하루 개울에 담그면
산다는 것과 살아야 한다는 낱말
모래처럼 이빨 사이로 구르다가
ㄱ ㄴ ㄷ...으로 풀어지면
금세 파랗게 떨리는 입술
송사리가 종아리의 소름을 물면
핏줄마다 아프게 터지는 웃음,
초승달은
고맙거나 섭섭하지 않게 뒷산 비추다.
추천0
댓글목록
강태승님의 댓글

22년 노동문학 예술제 제1회 기념시집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