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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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
버퍼링 걸린 것처럼 귓속에 멈춰있다
뇌를 파고드는 소리
일상처럼 켜 놓은 티브이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소음이 저 혼자 남아 다른 소음을 먹어 치운 것뿐이지
초서체 액자에 귀 기울여본 적 있지
글자의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지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고 했었나 아닌가
눈이 오네 눈이 소리를 내네
세상의 소릴 다 잡아먹었나 봐
눈 소리만 들리네
내 귀는 소란하지 않아
저 밖의 소릴 다 잡아먹고
내 목소리만 부풀리고 있지
초록도 하얘지고 동백도 하얘지고
달팽이관엔 눈의 소리만 쌓여가지
백악기에도 눈이 내렸을까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귀에도 눈의 소리가 쌓였을까
들어봐 신비한 소리가 저 창밖에 쌓이고 있어
소리는 모두 환청이야
소리는 들리는 게 아니야
몸을 감싼 소음의 덮개를 제왕절개하면
소리를 볼 수 있을 거야
만질 수 있는 소리 말이지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묘사가 있어 솔깃해 졌어요. ㅎㅎ
소리에 대한 착각
맨 마지막 3행이 참 공감할 수 있는 부분 입니다.
특히 마지막 행을 말하고자 한 것 같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주말 행복하세요 ㅎㅎ
늘 건필하소서, 김부회 시인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어쩌면 우리는 소리를 들리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사는 지 모르겠습니다.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감각적인 대상으로 소릴 기억하면 더 많은 소리에 대한 입체적인
느낌이 있을 수 있고, 그런 감각이 시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생각으로...만들어보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이장희 시인님.
박커스님의 댓글

모든 소리의 색이 백색이면 좋겠습니다,
골라들을 수 없으니 힘들기도 하구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이제 겨우 삼월인데..
박시인님도 새 봄처럼 건강하고 푸릇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