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蟬)서방 선(禪)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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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蟬)서방 선(禪)에 들다
숨 빠져나간 몸뚱이가 성스럽다
말끔히 씻고 분단장한 생시처럼 천연덕스럽다
각인된 칠 년의 어둠과
눈으로 본 14일간의 밝음이 한 생이었다는 걸 잊지 않으려는, 회피할 수 없는 주검을 마주하는 불거진 눈망울이 애틋하다
다시금 올 수 없는, 윤회를 소원하듯 가지런히 모아 접은 날개
온전히 남은, 한 생을 기록한 투명한 문양이 치명적이다
짧고 화려한 만큼 처절했던 몇 날을 놓지 않으려 배 위에 곱게 모은 다리 여섯
해탈에 든 고승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눌러 삭히고 삭힌 제 사랑, 받아주든 말든 맘껏, 목 놓아 불렀다
그 사랑,
초록으로, 푸르름으로 짙어졌으니 절망뿐인 이별이라 해도 서럽지 않겠다
볼록하니 부푼 배 살짝 누르면 우렁찬 울음 터져 나와
내가 서러울 것 같아
차마 눌러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이미 선에 들었으니 꽃상여도
그 암울했던 칠 년의 기억 되살릴 음택도 필요 없겠다
마지막 숨에 내게 왔으니 이 또한 연(緣)이라 머나먼 길 배웅하니
선 서방 불 들어가네
자지러지는, 넋을 불러세우는 호곡 속
불 지핀 목 백일홍
활활 한 생을 태운다
댓글목록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11월 숙제 입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월초에 내셨네요.ㅎ
바로 아래
성시인님은 지난 달 10월말일에 내는 바람에
다시 제출해야겠구요.ㅎ
香湖김진수님의 댓글의 댓글

건강하시지요?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노인 둘이 불 지핀들 활활 타오르게 하기에는 역부족인 거 같습니다
또한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이라는 소리도 듣기 싫고요
하여 저도 이 번(11월)을 끝으로 마감할까 합니다
보이지 않더라도 그저 잘 지내겠지 여겨주십시요
아무쪼록 강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