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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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의 물고기
이명윤
그 동네 옥수수밭고랑에는
뜬금없이 검붉게 녹슨 물고기 조각상이
이방인처럼 우뚝 서 있었다
물고기를 철골로 제작한 사람은
무슨 단단한 생각을 했을까
어지럽게 공중을 돌던 잠자리가
지느러미에 앉았을 때
물고기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거친 파도와 심해의 시간을
옥수수밭에 심어 놓은 사람
도무지 눈이 젖지 않는 물속을
의아하게 헤엄치는 물고기
신기한 듯 쿡쿡 얼굴을 쪼는 새
금속 비늘 위를 폴짝 올라타던 여치
괴이한 형상이 무서워 그만
뒤돌아 뛰어간 시골 아이
옥수수밭 행성에는 동화처럼
많은 일들이 펼쳐지고
수많은 생각이 푸른 물결로
물고기의 등짝을 다녀갔을 것이다
다시 별이 뜨고
다시 태양이 지고
아가미로 맡는 흙냄새가 지루해
하품이 쏟아지는 날에도
아랑곳없이
열매는 탱글탱글 익어갔을 것이다
가끔 먼바다에서 온 바람이
물고기의 감긴 눈을 핥을 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와 옥수수밭,
어느 세계에도 스며들지 못한
물고기의 생각은 쓸쓸히
공중에서 녹슬어 갔을 것이다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저 물고긴 생뚱맞게시리 저긴 왜 가서
눈요기가 되었을까요
녹은 슬었을까요
지나던 바람도 의아해 했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시지요?
좋은 시, 자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유유자적 하는 물고기
그 물고기를 낚은 이명윤 시인 또한
멋진 시 건져내어 즐거웠겠습니다
손맛 제대로 본 날입니다.
잘 있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