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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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68회 작성일 24-11-14 10:28본문
동백 지다
최정신
새 발자국엔 흔적이 없다
불혹을 못 넘기고 심장에 뿌리내린 동백
목이 꺾여도 지상에 또 한 번
붉게 피는 까닭은 서둘러 나선 길에
남매 걱정을 내려 놓지 못한
기약 없는 여정이기에,
진혼제가 끝나고
윗목 수북한 쌀더미에 새 발자국이 찍혔다
기침을 토할 때마다 바람의 날개를 심었던 것이다
송두리째 체념한 숨이
새가 되었을 거란 믿음으로 젖은 배웅을 하는데
솔숲에 깃든 새의 눈매가 닮았다
지나 온 이력도
영혼의 무게도 덜어내나 싶더니 육신이 한 줌 깃털처럼 야위었다
금방을 잊고 응시하던 허공에서 천사가 부른다는 깊고 아득한 낌새
뼛속까지 비워 바람의 무게보다 가벼워진
새의 종착지는 구름 간이역,
별 한 채 분양받는다는
하늘동 번지는 알 수 없어
종착지 티켙을 편도만 허락한 것이다
간밤,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후생이 있을까라는 의혹에 체념은
그리움에 과부하를
간절로 견딜 수 없는 까닭이다
최정신
새 발자국엔 흔적이 없다
불혹을 못 넘기고 심장에 뿌리내린 동백
목이 꺾여도 지상에 또 한 번
붉게 피는 까닭은 서둘러 나선 길에
남매 걱정을 내려 놓지 못한
기약 없는 여정이기에,
진혼제가 끝나고
윗목 수북한 쌀더미에 새 발자국이 찍혔다
기침을 토할 때마다 바람의 날개를 심었던 것이다
송두리째 체념한 숨이
새가 되었을 거란 믿음으로 젖은 배웅을 하는데
솔숲에 깃든 새의 눈매가 닮았다
지나 온 이력도
영혼의 무게도 덜어내나 싶더니 육신이 한 줌 깃털처럼 야위었다
금방을 잊고 응시하던 허공에서 천사가 부른다는 깊고 아득한 낌새
뼛속까지 비워 바람의 무게보다 가벼워진
새의 종착지는 구름 간이역,
별 한 채 분양받는다는
하늘동 번지는 알 수 없어
종착지 티켙을 편도만 허락한 것이다
간밤,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후생이 있을까라는 의혹에 체념은
그리움에 과부하를
간절로 견딜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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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움에도 과부하가 걸리는군요.
하늘동에 분양받은 그 별,
West Road, 47번지입니다.
요즘 동인시방이 너무 조용한데
이리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옛날 사람이 죽으면 염습하고 나서
쌀 한 사발 담아 고인의 머리맡에 놓아 두었지요
쌀 표면에 찍힌 자국을 보고 고인의 후생을 점쳤던 남은 사람들의 위로가 아니었나 싶은 풍습이었지요
작금의 장례 풍습에서는 사라진 것이지만
어쩜 허례허식이라 칭하는 그 옛날의 장례문화가 그립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고인에 대한 존경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3일도 지겨운가 봅니다
정, 애, 관계라는 게 점점 희미해지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날개 돋아 훨훨 날아간 하늘이 푸르고 아득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혼을 달래주는 의식
그 의식에 불혹도 못넘긴 망자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남매는 어찌하라고
참 마음 아픈 시 입니다
시 잘 읽었씁니다
최정신 시인님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행 입니다